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20

대빈창 2019. 7. 15. 07:00

 

 

 

위 이미지는 노순이가 네 배 째 새끼를 품고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다섯 마리 모두 엄마를 꼭 빼닮았습니다. 세 배 째까지 도둑고양이한테 해코지를 당해 새끼를 잃은 노순이의 노심초사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힘겹게 우리집 뒤울안에 놀러 온 노순이가 젖꼭지가 도드라진 부른 배를 드러내고 뒹굴 거렸습니다. 뒤쫓아 온 뒷집 형수가 노순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노순아, 새끼는 집에 나아. 잘 보살펴 줄께”

 

노순이는 두 배 째 새끼를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 몰래 낳아 젖을 먹였습니다. 형수는 보일러실 광에 종이박스로 고양이 분만실을 마련했습니다. 이틀 동안 보이지 않던 노순이가 배가 홀쭉해 돌아왔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운 노순이의 뒤를 뒷집 형수와 어머니가 쫓았습니다. 노순이는 저온저장고가 앉은 창고의 틈새에 설치된 이층 선반의 포대묶음 사이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보름이 지나 눈을 뜨자 형수는 새끼들을 종이박스에 옮겨 주었습니다. 노순이가 박스에 드러누워 새끼들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새끼를 낳고 두문불출하던 노순이가 부엌 샛문 방충망에 어른거렸습니다. 우리 모자는 저녁을 먹는 중이었습니다. 밴댕이구이 찌끄레기를 던져 주었습니다. 녀석은 밴댕이의 머리만 허겁지겁 먹고 자기집으로 부리나케 발길을 돌렸습니다. 야 ~ ~ 옹! 새끼들이 못 미더운가 봅니다.

노순이와 새끼가 궁금하여 저온저장고 창고 미닫이를 미니,  틈새 이층 선반에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집 쌀은 뒷집 저온저장고에 보관하여 한 포대씩 날라 먹어 창고 구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분만 열흘 후 눈을 뜨기 시작한 고양이 새끼 다섯 마리를 뒷집 형수가 손에 담아 우리집 마루에 내려놓았습니다. 녀석들은 낯이 설은 지 엉켜 붙어 꼼짝도 않았습니다.

 

“노란 놈이 또 비쳤나보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노순이는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삐지기를 잘합니다. 뒷집 형수가 이삼일간 바깥일을 보고 돌아오면 노순이는 주인을 아는 체도 안합니다. 우리집 뒤울안에서 빈둥거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챕니다. 나름대로 살아갈 방도가 있다는 자기의 처지를 시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형수가 뒤 쫓아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녀석은 자기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누군가의 우스개 소리가 생각납니다. 개는 사람을 신으로 생각하고, 고양이는 사람이 자기를 신처럼 생각한다는.

녀석은 배가 불러오자 힘이 부치는지 만사가 귀찮은지 우리집 뒤울안에서 뒹구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깔끔한 녀석의 뒷꽁무니에 똥딱지가 붙었습니다. 무심코 노순이의 배 근처에 손을 대었다가 소스라쳐 놀라 손을 거두었습니다. 앙칼진 소리를 내뱉으며 녀석이 손을 무는 시늉을 했습니다. 배 속의 새끼를 보호하는 본능적인 어미의 몸동작이었습니다. 야 ~ 옹! 야 ~ 옹! 의자에 올라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자 노순이가 새끼를 품에 안은 채 아는 체를 합니다. 형수가 광문을 열어주면 노순이는 부리나케 우리집 부엌 샛문으로 향합니다. 생선구이 찌끄레기를 얻으려는 조급함으로 발길이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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