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저수지가 다시 차오르다.

대빈창 2019. 8. 2. 07:00

 

 

 

주문도 저수지의 넓이는 만평입니다. 저수지 물로 농업용수를 대는 몽리면적은 20만평입니다. 바닥을 드러냈던 주문도 저수지에 다시 물이 차오릅니다. 장마다운 장마가 몇 년만에 찾아왔습니다. 7월말 마지막으로 올라 온 장마전선이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며 비를 흠뻑 뿌렸습니다. 그때까지 연중 강수량은 133mm 이었습니다. 현재 총 강수량은 335mm 입니다.  엿새동안 내린 비가 연간 강우량의 2/3에 가깝습니다. 농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벼농사에 있어 요즘은 수잉기에 해당됩니다. 쉽게 얘기해서 벼가 이삭을 배는 때입니다. 벼 이삭이 패기 전으로 3일 관수, 2일 배수로 물걸러대기를 할 시기입니다. 언감생심입니다. 물 부족으로 인해 논바닥에 금이 쩍쩍 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르신네들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요즘 벼는 물먹는 소리가 들려.”

 

논물을 가득 가두어도 사흘이면 논바닥이 드러납니다. 만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쭉정이 알곡이 태반이었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피해로 섬의 물 사정이 갈수록 나빠집니다. 4년 전 저수지에서 가장 먼 흰등 들녘은 4만평을 제때 모내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를 넘겨 생육기간이 짧은 조생종 오대벼로 그나마 3만평에 간신히 모내기할 수 있었습니다. 1만평은 빈 논으로 한 해를 묵혔습니다. 지난해는 모내기를 마칠 수 있었지만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로 뒷물을 대지 못했습니다. 모가 꽂힌 논바닥에 쩍쩍 금이 갔습니다. 간척지 논의 모 끝이 새빨갛게 타들어갔습니다. 매한가지 농부들의 가슴도 하얗게 메말랐습니다. 다행히 이틀 동안 100mm의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들녘의 수로에 고인 빗물을 저수지로 퍼 올리는 양수펌프가 연일 가동되었습니다. 저수율이 3 - 4%에서 50%로 껑충 뛰었습니다. 몇 년 동안 가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농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아직 멀었다. 400mm는 더 퍼부어야 한다.” 저수지가 축조된 지 4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어르신들은 그 시절을 회상합니다. 주문도저수지는 섬 중앙 봉구산의 한 골짜기를 막았습니다. 그때 경험 많은 노인들은 살꾸지에서 시작되어 마을 앞을 길게 휘돌아가는 장술을 막아 넓은 저수지 면적을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때 의견이 관철되었다면 현재의 물 부족으로 인한 고생은 덜했을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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