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전 노순이가 새끼를 이끌고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새끼를 낳은 지 40여일이 지났습니다. 찬바람이 난다는 입추였습니다. 저녁 6시 무렵 마당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울안으로 돌아서자 노순이가 앞장을 서고 새끼 네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뒷집에서 가장 빠른 지름길인 화계(花階)를 질러 왔습니다. 오리 어미를 뒤따르는 새끼들처럼 새끼 고양이들은 뒹굴고 자빠지고 뛰어 내려 뒤울안 평상 밑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저녁 찬으로 어머니가 말린 망둥어 찜을 내놓았습니다. 뒷집 형수가 건네 준 밑반찬입니다. 해가 묵어 그런지 맛이 없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노순이가 부엌샛문 방충망 너머에서 야 ~ ~ 옹 ! 졸라댔습니다. 나는 찐 망둥어 두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노순이한테 던져주었습니다. 병어찜 찌끄레기도 노순이 몫입니다.
“이제 고양이가 사람을 귀찮게 하는구나.”
모든 사물들에 인성(人性)을 부여하는 어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노순이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셨습니다. 노순이는 작년 세배 째 새끼들도 우리집으로 데려왔지만 하룻밤만 묵고 자기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집 뒤울안은 경사높은 화계(花階)로 뒤가 막혔습니다. 바람벽에 기댄 평상 위아래로 장작더미와 종이상자가 쌓여 고양이들의 은신처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해가 떨어지자, 어머니와 뒷집 형수가 평상 앞에 쭈그리고 앉아 노순이를 불러냈습니다. 고양이 새끼들이 스스로 기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장작더미 틈 속으로 사라진 고양이 새끼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순이는 아예 새끼들을 우리집에서 키울 작정입니다. 빨레건조대에서 노순이가 새끼들이 장난치며 까불고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장작더미 깊숙이 숨어있다, 어미의 신호를 알아듣고 하나둘 밖으로 나옵니다. 어머니가 평상에서 텃밭 작물을 다듬거나, 수돗가에서 빨레하면 녀석들도 나타납니다. 고양이들은 영악하게 우리 식구가 자기들을 지켜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젓을 뗄 때가 되었습니다. 뒷집 형은 냄새난다고 노순이를 구박했습니다. 마당가 헛간으로 새끼를 데리고 나가라고.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노순이는 새끼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피신했습니다. 뒤울안 평상 아래는 습기로 바닥이 시원합니다. 노순이가 길게 옆으로 누워 새끼들에게 젓을 물렸습니다.
우리집은 봉구산 자락에 바투 다가앉아 야생동물과 도둑고양이가 흔하게 눈에 뜨입니다. 고양이 새끼들의 안부가 걱정스럽습니다. 노순이 가족이 이사를 온 첫날 밤. 전지로 평상 밑을 비추다 깜짝 놀랐습니다. 새끼들은 보이지 않고, 노순이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렸습니다. 족제비나 도둑고양이한테 해꼬지를 당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교회 종소리에 깨어 뒤울안으로 돌아서니 여전히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순이는 화단에서 개구리를 잡고 있는지 앞발을 까불렀습니다. 근심스런 나의 말에 어머니가 뒤울안으로 나섰습니다. 다행이 고양이 새끼들은 무사했습니다. 세 마리는 평상 위에서 까불고 장난치고, 막내로 짐작되는 한 놈은 누워있는 어미 잔등에 달라 붙었습니다. 새끼들이 장작더미에 숨자, 노순이가 자기집으로 향합니다. 요기를 마쳤는지, 우리집 뒤울안에 돌아와 고양이 세수를 했습니다. 어미와 네 마리의 새끼 모두에게 평안한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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