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대빈창 2019. 8. 19. 07:00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미국의 소설가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1936~ )가 1970년에 발표한 우화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갈매기 조너선은 본질적 삶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합니다. 일생동안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실현하고자 끝없이 노력합니다. 삶의 진리와 자기완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으로 누구나 귀에 익은 말입니다.

대기 중 습도가 높아 무더위가 여적 가시지 않았습니다. 절기는 입추를 지나 처서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낮의 기온은 30℃ 넘어서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에 선선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먼동이 터오며 밤새 진군한 안개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나의 산책은 일년 열두달 같은 길을 오고 갑니다. 대빈창 해변 솔숲을 지나 제방을 만나면 직각으로 꺾어 멀리 반환점인 바위벼랑으로 향합니다. 왼편은 해안에 바투 다가 선 산줄기의 솔 숲과 아까시 숲이 연이어집니다. 오른편은 제방 밑 모래사장과 이어진 갯벌이 펼쳐졌습니다. 무인도 분지도 앞바다에 마을주민의 건강망이 오래전부터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미지에서 갈매기들은 그물을 엮은 말짱 꼭대기에 앉아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녀석들은 그물에 갇힌 물고기를 노렸습니다. 숭어, 농어, 우럭, 망둥이 등 어부가 물때 시간을 깜박했으면 신선한 물고기 맛을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 갈매기 한 마리가 물가에서 종종 걸음을 쳤습니다. 동료들은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날개를 접었는데 녀석은 해변에서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갈매기는 사람이 다가가면 빠른 걸음으로 뛰다가 허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녀석의 왼쪽 날개가 모래밭에 끌리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부상당한 갈매기였습니다. 나의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녀석은 종종걸음을 치다 할 수 없다는 듯 바닷물에 몸을 담갔습니다. 다행히 사리 물때로 제방 가까이 밀었던 물이 점차 빠지는 시각이었습니다. 녀석은 그물 말짱에서 쉬다가 날개깃이 그물에 걸렸는지, 솔개나 매의 마수에서 운 좋게 벗어났으나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휩싸였는지. 갈매기는 날아오르려 날개를 펄럭였지만 모래사장 좌우를 왔다갔다 왕복달리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쓸려가는 바닷물에 뛰어든 녀석이 기름샘을 분비하여 깃의 물기를 털어낼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습니다.

이틀간 눈에 뜨였던 녀석이 삼일 째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날지 못하는 갈매기는 어느날 주검으로 발견되겠지요. 이미 극성스런 까마귀들이 녀석의 사체를 포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까마귀들은 해변의 아까시 숲에 진을 쳤습니다. 녀석들은 음산한 울부짖음으로 해안이 자기들의 영역임을 선포했습니다. 날지 못하는 불쌍한 갈매기에게 어쩔 수없이 나는 동물의 의료 지혜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질병과 목숨의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을 발휘합니다. 이를 ‘자기치료’ 또는 ‘자가투약’이라 말합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집 새끼 고양이 - 22  (0) 2019.09.16
거미의 마음을 보았는가.  (0) 2019.09.02
뒷집 새끼 고양이 - 21  (0) 2019.08.13
저수지가 다시 차오르다.  (0) 2019.08.02
뒷집 새끼 고양이 - 20  (0) 2019.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