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들이 우리 집으로 이주한 지 보름이 되었다. 봉구산 능선아래 묵정밭의 잡풀이 키를 늘였다. 아침해가 막 봉구산을 넘어섰다. 두 마리는 감나무 줄기를 기어오르고, 두 마리는 밑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새끼 고양이들이 세상 빛을 본지 70여일이 지났다. 노순이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는 식사를 할 때면 어김없이 부엌 샛문에 진을 쳤다. 노순이가 가냘프게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다. 김치냉장고의 마른 망둥어 두 마리를 꺼내 던져주었다. 노순이가 단단한 마른 망둥어를 잘근잘근 씹어 새끼 앞에 놓았다. 두 마리는 망둥어에 매달렸고, 두 마리는 형제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미가 느긋하게 자리를 지켰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었다. 새끼들은 낮 시간 대부분을 잠으로 소일했다.
자정이었다. 노순이의 날카로운 금속성 울음에 나는 전지를 들고 뒤울안으로 뛰쳐나갔다. 도둑고양이였다. 놈이 사라졌다. 다행히 평상 밑의 새끼들은 무사했다.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등산화 끈을 매었다. 어제 밤 그놈 검은빛 수놈이 뒤울안에 뻔뻔하게 길게 누워 있었다. 몸에 여유가 배었다. 내가 다가서자 흘끔흘끔 뒤돌아보며 묵정 밭 풀숲으로 사라졌다. 새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서로 장난질을 쳤다.
"젖 가지고 되겠니. 밥을 먹어야 살이 붙지“
어머니가 말씀하시며 갈비탕 국물에 남은 밥을 말았다. 음식 맛을 본 새끼들이 코를 박았다. 호박전도 잘 먹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우리 식구가 되었다. 녀석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잘 지켜줘야 될 텐데. 새끼 고양이 네 놈의 하는 짓이 예쁘다. 어느날 노순이가 커다란 쥐를 잡아 평상 밑에 놓았다. 새끼들에게 먹을거리를 학습시키는지 몰랐다. 어머니는 파리가 꾄다고 갖다 버렸다. 노순이는 틈만 나면 방아개비, 여치, 메뚜기, 개구리, 생쥐를 생포해 새끼들에게 먹였다. 새끼들이 갸릉갸릉 소리를 내며 덤벼들었다.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뒤울안으로 돌아서니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잠결에 노순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어머니는 텃밭의 김을 매셨다. 어머니가 노순이에게 말을 건넸다. “새끼 데려 와” 어머니는 어미가 새끼를 어디 감추었다고 생각하셨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밤중에 야생동물이나 수놈 도둑고양이에게 해꼬지나 당한 것이 아닐까. 어머니도 안절부절 하셨다. 점심을 자시는 둥 마시는 둥. 밭에서 돌아온 뒷집 형께 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없어졌다고 사실을 전했다. 기우였다. 오후 느지막이 들에서 돌아온 뒷집 형수가 노순이를 부르자 어미와 새끼 모두 뒷집 콩밭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젯밤 분명 수놈 도둑고양이를 본 노순이가 먼저 새끼 두 마리를 자기집 콩밭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두 마리도 데리고갔다. 노순이는 영리했다. 어미는 보호자로 사람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어머니와 나는 동시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흘 만에 고양이 새끼들이 다시 우리 집으로 왔다. 뒷집 형수가 데려다 놓았다. 콩밭에 숨으면 찾기 힘들다고, 분양을 대비해 잡기 쉬운 우리집 뒤울안에 다시 풀어 놓았다. 녀석들은 낯이 익어 그런지 장작더미에서 까불고 노느라 정신없다. 노순이는 빨래 건조대를 누른 받침돌에 느긋하게 앉아 졸고 있었다. 이른 아침을 드시고 어머니는 뒷집의 고추 가르는 일을 도우러 가셨다. 고양이 어미와 새끼 모두 보이지 않았다. 점심밥을 차리려 집에 오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애야, 고양이들이 모두 지 집으로 오더구나.”
노순이가 새끼들 밥 달라고 형수께 시끄럽게 보채는 것을 보고 오시는 길이었다. 우리 집에서 홀대를 한다고 여긴 노순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하룻밤 만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산책길에 나섰다. 뒷집 텃밭에서 새끼들이 장난치며 노는 것을 어미 노순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추석 연휴를 사흘 남기고 고양이 새끼들은 어미와 헤어져 강화도에 분양되었다. 뒷집은 고추를 매년 대놓고 사는 단골 소비자와 고양이 사돈지간이 되었다. 새끼들이 어미를 닮았으면 아주 영리할 것이다. 뒷집 형수는 과일상자 두 박스에 두 마리씩 나누어 담았다. 다음날 강화도에 나가는 아는이에게 인계했다. 한 배 형제는 두 마리씩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녀석들이 낯선 삶터에 적응하여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히 살았으면 좋겠다. 부엌 샛문에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노순이의 야 ~ ~ 옹! 소리가 구슬프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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