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대빈창 2019. 11. 7. 07:00

 

 

책이름 :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지은이 : 이기호

펴낸곳 : 마음산책

 

책은 4부에 나뉘어 부마다 11꼭지 씩,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45꼭지로 구성된 아이들의 성장담이면서 가족소설이었다. 책은 월간 종합교양지『좋은생각』에 2011년 3월부터 3년 동안 연재된 글을 엮었다. 2017년 4월에 쓴 「작가의 말」에 연재가 중단된 사정을 밝혔다. 30년을 연재 시한으로 삼고 시작했지만, 작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연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아비와 어미가 자식을 잃고 슬퍼하고 있을 때, 그때 차마 내 새끼들의 이야기”를 쓸 수가 없었다. 30년 연재가 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의 「임의진의 시골편지」는 2007. 7. 1. 첫글이 실렸다. 르네상스형 인간 임의진 목사는 12년 째 주 1회 칼럼의 글과 그림을 중단 없이 보내고 있었다.

이기호의 소설을 읽다보면 한참 웃다가,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 덜컥 내려 앉았다. 이를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개념 있는 유쾌함의 하나’라고 평했다. 나는 소설가 이기호의 마니아였다. 돌이켜보니 작가의 모든 작품을 손에 잡았다.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펴내는 짧은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2016)로 작가의 꽁트소설은 눈에 익었다.

생활을 꾸려 나가는데 어설프기 그지없는 아빠와 정신없는 일상을 모범 드라이버처럼 헤쳐 나가는 엄마. 발 탄 강아지처럼 집안을 어지럽히는 두 아들과, 갓 난 막내딸로 이루어진 가족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꽁트 분량에 담은 연작소설이었다. 셋째 아이를 가지면서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아내를 그린 첫 글 「가족은 자란다」에서 “벚꽃이 지고 초록이 무성해지면, 다시 아이들은 그만큼 자라나 있겠지. 아이들의 땀 내음과 하얗게 자라나는 손톱과 낮잠 후의 칭얼거림과 작은 신발들.”(246- 247쪽) 의 에필로그로 끝났다.

한글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고, 숫자는 이십까지밖에 셀 줄 모르면서 공부는 뒷전이고, 뛰어노는 데에 일등인 첫째 아이에게 취학통지서가 날아왔다. 엄마는 아이의 한글을 떼기 위해 ‘어린이 전래동화’나 ‘어린이 속담집’ 같은 책들을 읽어주었다. 어느 날 침대에 같이 누운 큰 아이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내가 오늘 책에서 읽었는데, 세 살 버릇이 언제까지 가는 줄 알아?” 아빠는 속으로 대견해하며 궁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말이지······ 여름까지 간다!” 표제를 딴 꼭지는 「여름이 되면」143 - 147쪽)이었다. 작가는 말했다. “세상의 모든 가족 이야기는 소설과 많이 닮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