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

대빈창 2019. 10. 31. 07:00

 

 

책이름 :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

지은이 : 아라이 요시미·가가미야마 에츠코

옮긴이 : 최성현

펴낸곳 : 정신세계사

 

어릴 적 표준전과 A4 크기였다. 210mm*297mm 국배판이었다. 작물별로 사진과 일러스트를 시원스럽게 배치한데서 온 편집일 것이다. 옮긴이 이름 석자를 보고 무조건 손에 넣은 책이었다. 『텃밭 백과』(들녘, 2007)가 유기농 텃밭 가꾸기 가이드북이라면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정신세계사, 2017)은 자연농 실용서였다.

자연농(自然農)은 무경운, 무비료, 무농약, 무제초의 실제 농사법으로 생물다양성을 스스로 지키는 자연의 이치에 맞게 농사짓는 것을 가리켰다. 땅을 갈지 않으면 자연 그대로 자라는 풀뿌리에 의해 흙이 부드러워지고 기름져졌다. 작물과 풀이 같이 자라지만 씨앗을 뿌릴 곳을 톱낫으로 풀을 베어 멀칭(mulching)을 해 주었다. 베어진 풀은 부엽토가 되었다. 풀에 깃들어 사는 작은 동물들의 주검이 쌓인 ‘주검의 층’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농약·비료를 일절 시용하지 않아도 되살아난 땅의 지력으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농사가 자연농법이었다.

표지 사진은 풀이 무성한 밭에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 자연농으로 일군 자연스런 밭의 모습이었다. 자연농은 김매기에서 해방되었고, 관수가 필요 없다. 값비싼 농기계가 무용지물이 되었고, 여성도 쉽게 농사에 접할 수 있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비용이 적게 들고, 농부와 자연에 모두 이롭다. 병충해와 연작 장해를 이겨냈고, 논밭의 다양한 생물과 공존한다. 농약에 찌들지 않은 수확물은 생명감으로 충만했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은 자연농의 철학과 사전준비, 작물의 선택, 파종과 관리, 수확과 채종까지 해마다 자연농법에서 실천해야 할 기본기를 다루었다. 2장은 가지에서 누에콩까지 우리 먹을거리로 인기있는 23종의 채소를 파종에서 수확까지 실제 농사법을 세밀하게 다루었다. 3장은 사람이 먹고 살아가는데 필수작물로서 벼와 보리의 이모작 자연농 농법이 실렸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전 세계 자연농의 대부인 가와구치 요시카즈가 낯설지 않았다. 자연과 조화로운 삶은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신비한 밭에 서서』(들녘, 2000)의 저자였다. 자연농의 1세대는 『짚 한 오라기의 혁명』과 『자연농법』의 후쿠오카 마사노부(1913 - 2008)였다. 책의 감수를 맡은 가와쿠치 요시카즈(1939 - )는 2세대 자연농으로 10년간의 실험과 실패 끝에 스스로 자신만의 농법을 터득했다. 일본 나라현 사쿠라이시의 〈이카메 자연농학교〉를 운영하며 30년 전에 자연에 따라 사는 지혜의 ‘씨앗’을 발견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아라이 요시미와 가가미야마 에츠코 그리고 옮긴이 최성현은 자연농 3세대였다. 최성현은 1세대와 2세대의 책을 우리나라에 소개했고, 강원 홍천에서 〈지구학교〉를 운영하며 이 땅에 자연농 씨앗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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