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지은이 : 신철규
펴낸곳 : 문학동네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차 있다 //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 (······) //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표제를 빌려 온 구절이 들어있는 「슬픔의 자전」(90 - 91쪽)의 1·2연 그리고 마지막 연이다. 표제에 끌려 따끈따끈한 시집을 손에 넣고, 막상 펴기를 머뭇거렸다. 시인은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결벽증 때문일까. 나는 신문의 자회사가 펴낸 책마저 기피했다. 그들의 뻔뻔한 행태에 이를 갈았다.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시집을 2년 만에 손에 들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16편 씩 모두 64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6년 동안의 울음」이다. 시인은 등단한 지 6년 만에 첫 시집을 상재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푸른 별이라고 한다. 표지는 온통 푸른색이었고 뒷표지의 커다란 물방울은 눈물처럼 보였다. 문학평론가는 시편들을 “세상의 슬픔을 증언하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천사의 문장으로 쓰인 시”라고 극찬했다.
그렇다. 시인의 슬픔은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운명한 백남기 농민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가해진 비행기 테러와 마취총을 맞고 무릎을 꿇은 동물원을 탈출한 기린과 아무 잘못 없은 세월호 참사로 죽은 이들 등 병든 사회에서 비롯되었다. 시인은 ‘이 세상의 슬픈 이들의 편’(168쪽)에 올곧게 서 있었다. “몇 년 전 서울 구룡마을 판잣집을 비추는 TV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거기에 사는 꼬마애가 ‘학급 친구 생일 잔치에 나만 초대 못 받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와요. 울먹이면서 ‘지구만큼 슬펐어요’하는데, 그 최상급 비유 앞에서 그만 울컥해버렸죠.” 표제는 이렇게 나왔다. 마지막은 「시인의 말」(5쪽)의 1·2연이다.
떠들썩한 술자리에서 혼자 빠져나와 / 이 세상에 없는 이름들을 가만히 되뇌곤 했다. / 그 이름마저 사라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을 잠깐 뒤돌아보게 하는 것, / 다만 반걸음이라도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 / 그것이 시일 것이라고 오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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