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서정오의 우리 옛 이야기 백가지 2
지은이 : 서정오
펴낸곳 : 현암사
책술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빼들었다. 20여 년전 잡았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이었다. 그 후 『백가지 2』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오래전에 귀동냥했다. 강화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1996년에 초판이 나왔던 책은 1999년에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책은 24쇄를 출판할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았다. 내가 대여한 책은 2018년에 나온 개정증보판 3쇄였다. 작가는 1984년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두 권의 창작집을 낸 후 사라져가는 소중한 옛이야기를 전하는데 힘을 쏟았다. 옛이야기 전도사는 말했다. "옛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 모두가 참여해서 만든 것입니다. 개인의 창작품이 개인적 경향을 갖는데 비해 옛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정서, 수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손자·손녀에 대한 사랑이 담겼지요."
책은 ‘모험과 기적(16)’, ‘인연과 응보(16)’, ‘우연과 행운(12)’, ‘세태와 교훈(17)’, ‘슬기와 재치(19)’, ‘풍자와 해학(20)’ 6부로 나뉘어졌다. 표제는 바뀌었으나, 구성은 똑같았다. 첫 이야기 「이상한 수수께끼」에서 마지막 이야기 「호랑이 똥 때문에 대머리 된 이야기」까지 수많은 옛이야기 가운데 가려 뽑은 백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옛이야기가 주는 가르침은 일곱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① 숨 막히는 현실에 꿈이 들어 설 자리를 마련해주고 ②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주고 ③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가르침을 일러주고 ④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도 세상의 주인임을 깨닫게 해주고 ⑤ 관념에서 벗어나 삶의 실체를 실었고 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무기는 슬기임을 알려주고 ⑦ 풍자와 해학으로 고달픈 삶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백가지 이야기 중에 내 귀에 익은 이야기는 달랑 3편뿐이었다. 우리 옛이야기 중에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된 이야기가 ‘아기장수’ 설화일 것이다. 신이담(神異譚)으로 가난한 평민의 집에 날개 달린 아기장수가 태어났으나 꿈을 펴지 못하고 날개가 잘려 일찍 죽었다는 내용이다. 책에 변종 이야기 두 편이 실렸다. 「굴속에 들어간 장수」(92 - 95쪽)는 바닷가 마을의 아기장수는 식구들이 비밀을 잘 지켜 총각이 되었다. 하루는 동무들과 바다에 나가 한 배 가득 고기를 잡았다. 돌아오는 길에 해적을 만나 애쓰고 잡은 고기를 모두 빼앗겼다. 동무들에게 비밀을 지킨다는 약속을 받고, 장수는 물 위를 달려가 해적에게 빼앗긴 고기를 되찾아왔다. 비밀이 지켜지면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군사를 피해 장수는 식구들을 데리고 뒷산 바위굴로 도망쳤다. 「아기장수 더덕이」(96 - 102쪽)는 한 홀어미가 산에서 큼지막한 더덕을 뽑고 낳은 아들이 아기장수 더덕이였다. 더덕이는 밤마다 산 속 바위문 안 세상에서 군사를 훈련시키고 병기를 만들었다. 뒤를 밟은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금의 꼬임에 넘어간 어리석은 어머니로 인해 궁지를 몰렸다. 매번 잘 이겨냈지만 마지막에 죽고 말았다. 더덕이가 죽기 전에 한 말을 생각해 낸 어머니의 고생으로 더덕이는 다시 살아났다. 더덕이와 어머니는 바위문 안으로 들어갔다. 두 이야기 모두 ‘백성 사이에서 난 영웅은 반드시 살해된다’는 아기장수 전통설화와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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