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예수는 없다

대빈창 2019. 12. 12. 07:00

 

 

책이름 : 예수는 없다

지은이 : 오강남

펴낸곳 : 현암사

 

비교종교학자 오강남은 신과 인간의 의미를 묻는 카렌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의 감수와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바트 어만의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갈라파고스, 2015)의 해제로 먼저 다가왔다. 저자로서 처음 만난 책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늦었다는 자책이 들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주의적 시각의 저자는 비교종교학을 연구하는 크리스천이었다. 오강남은 현재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의 종교학과 명예교수였다.

한국은 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가 오히려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인들의 타락을 우려하는 사회가 되었다. 특히 기독교는 ‘배타적, 문자주의적, 광신적, 독선적, 성장지상주의적, 심지어 폭력적’인 특성을 드러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강간·성추행 등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은 목회자라고 한다. 이는 교회 특성상 은폐된 사건까지 드러난다면, 수치는 열 배 이상 불어날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이데올로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득세하는 문명국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미국은 20 - 40%가, 한국은 90 - 9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 온 선교사 대부분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극단의 근본주의자가 주류를 이루었다. 초기 선교사가 남겨 놓은 좋지 못한 유산이 현재 한국에 팽배한 기독교 배타주의이다. 1997년 캐나다 최대 개신교 교단인 연합교회 총회장으로 선출된 빌 핍스(Bill phipps) 목사는 일간지 《오타와 시티즌》과의 인터뷰에서 예수의 신성과 부활에 대하여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기자: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믿으십니까?

핍스: 예수님이 하나님께 가기 위한 유일한 길이냐는 질문입니까?

기자: 네

핍스: 아닙니다. 저는 그렇다고 믿지 않습니다.

기자: 예수님이 돌아가셔서 죽은 상태로 3일간 계시다가 다시 살아나서 땅을 밟고 다니셨다는 것은?

핍스: 아니요. 저는 그것을 과학적 사실로 믿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아닌지 알지 못합니다. (······) 그것은 우리와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당시 캐나다 연합교회는 필 핍스 목사의 입장을 전적으로 옹호했다. 근본주의자 일색인 한국 교단에서는 전혀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한국 교회는 변선환 박사 문제로 서양 신학계에서 신학적 미개국·야만국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목사들로 구성된 '교리수호대책위원회'는 종교 다원주의를 주장했다고 변선환 박사를 한국 감리교 신학대학교 학장뿐만 아니라 교단에서 영구 추방했다.

나의 눈길이 오래 머문 꼭지는 「도마복음」이었다. 1945년 12월 한 이집트 농부가 나일강 상류 나그함마디에서 땅을 파다 항아리 하나를 발견했다. 콥트어로 기록된 52종의 문서 가운데 성서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복음서 중에 가장 중요한 「도마복음」이 있었다. 기원후 325년 니케아에서 최초의 기독교 공의회가 열렸다. 기독교 경전의 경정화 작업에서 제외된 ‘이단적(?)’ 문헌들이 모두 폐기되었다. 22세에 옥스퍼드대학교 교수가 된 유명한 앤드루 하비는 「도마복음」을 "같은 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신학적 폭발력을 가진 문헌"이라고 평했다. 「도마복음」은 예수님의 짤막짤막한 어록 114개만으로 구성되었다. 예수님과 관계되는 기적, 예언의 성취, 대속, 십자가, 부활, 종말, 최후 심판, 재림과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다. 「도마복음」의 예수님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통해 참된 해방과 자유를 누리기를 바랬다.

한국 교회의 성장지상주의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 땅에 1884년 개신교가 전래됐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좁은 땅덩어리는 교회 천지가 되었다.  세계의 대형교회 50개 중 27개가 한국 교회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신학교도 세워졌다. 물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악다구니치는 속물적 믿음의 교인들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21세기는 다원화 시대다.  달이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매년 4,000개의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고, 매일 3,500명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349쪽, 각주) 끝없이 욱일승천할 것 같았던 한국 기독교였지만 2005년부터 신자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루에 3 ~ 4개 교회가 문을 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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