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지은이 : 헬렌 니어링
옮긴이 : 이석태
펴낸곳 : 보리
책씻이를 한 후 감동이 큰 책은 쉽게 되새김글에 매달릴 수 없다. 그 여운의 물결이 거센지라 온 몸으로 느껴지는 감동을 묵묵히 받아낸 후에야 간신히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 나처럼 천박이 극에 달한 이 땅에서 일엽편주처럼 흔들린 삶의 당사자는 몸에 와닿는 파동이 더욱 클 것이다. 책을 손에서 놓은 지 벌써 사나흘이 되어간다. 10여년전 '오래된 미래'를 잡았을 때의 벅찬 감격에 버금가는 충격이었다. 그러기에 옮긴이가 이 책을 만나 번역하게 된 인연도 그럴듯하다. 하긴 이석태는 번역판에서도 생소한 인물로 변호사다. 90년대 중반 격월간지 '녹색평론'에서 헬렌 니어링의 짧은 대담 기사를 접하고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큰 감동을 받는다.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종철 선생께 이 책을 빌려 읽고, 손수 번역하게 된다. 환경생태전문 출판사인 보리는 이밖에도 스코트와 헬렌의 삶을 그린 두권의 책을 더 출간했다. '조화로운 삶'과 '조화로운 삶의 지속'이다.아! 이제야 도서출판 '조화로운 삶'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저자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은 스코트의 자서전이나 전기가 아닌, 반세기를 흙에 뿌리박은 조화로운 삶을 같이 한 당사자에 대한 헌사라고 밝혔다. 헬렌은 스코트를 이렇게 평했다. '실천하는 이상주의자. 종교인이나 어떤 교회나 종교집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 박식했으나 땅벌레같은 농사꾼. 공적인 인물이나 삶의 은둔자. 명망있고 우렁찬 웅변가이나, 보통 대화에서는 말수가 적은 자. 그렇다. 그는 레닌의 말 '말이 곧 실천이다'라는 명제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믿음대로 살았고, 스스로 말한 것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스물여섯의 헬렌이 마흔일곱의 스코트를 만난 때는 스코트 인생의 최악의 시기였다. 명망있는 학자이면서 저술가였고 웅변가였던 그는 기득권층인 대학 이사회의 권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해직 당한다. 20C초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현실 노사관계의 모순을 강연했다는 것이 해직 사유였다. 이후 시골의 오하이오 톨레도 대학에서 정치학 강의를 구했으나, 미국의 제1차세계대전 참전반대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사회에서 완전 도태된다. 이때 반세기 삶의 동반자인 헬렌을 만난다. 가족관계도 불행했다. 전처의 큰아들 존은 극우파와 다국적기업의 노예가 되어 아버지를 '자유주의적 빨갱이'로 매도했다. 모든 사회활동이 벽에 막히면서 스코트와 헬렌은 버몬트와 메인에서 조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즉 절반이상의 자급자족과 돈을 모으지 않고,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이다. 그리고 스코트는 100세 생일을 맞아, 곡기를 끊고 명징한 죽음을 맞는다. 이 위대한 부부의 자연적 삶의 방식은 대량소비와 환경오염으로 지구라는 별의 멸망을 재촉하는 현재의 자기파괴적 자본주의 삶을 성찰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