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전설
지은이 : 박종욱
펴낸곳 : 바움
이 책은 초판이 2005년에 출간되었고, 내가 구입한 책은 2006년 초판 2쇄본이다. 출판사는 바움으로 신생 출판사지만 그런대로 고급스런 책도 출간하였다. 그것은 내 책장에 바움에서 펴낸 몇권의 책으로 알 수있다. '사람의 산', '강철로 된 책들'을 보면 겉표지도 화려하고, 종이 질도 고급스럽다. 그런데 이 책은 후줄그레하기 그지없다. 바람벽 한면을 차지한 책장에서 신화·신에 관한 관련 서적이 한칸을 차지하는데, 여지없이 이 책이 가장 볼품없다. 같은 분야의 출간이 앞선 책들이 훨씬 고급스럽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하긴 그리스·로마 신화, 북유럽, 중국, 우리나라 신화의 대중서와 신에 대한 철학적 논쟁의 딱딱한 책들 중에서 이 책은 가장 늦게 내 손에 잡혔다. 그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잉카'라는 제목으로 특별 전시되고 있는 안데스 문명에 대한 신문기사를 접하고서야 뒤늦게 구입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세계신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문명이니만치 그런대로 나의 책읽기는 구색을 맞추게 되었다. 서양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근대화라는, 대명제 앞에 어쩔 수없이 오리엔탈리즘에 경도될 수밖에 없었던 이 땅의 민중으로서 내가 안데스 문명을 대하는 편견이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표지 이미지인 '마야의 대표적 유적지인 보남바크 신전의 벽화' 그림에서 보듯 훼손되고 약탈당한 안데스 문명의 유물들에서 나는 애처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거기다 책에 실린 몇 점되지 않는 문화유적과 본문의 흑백삽화가 다른 책들과 비교되어 더 처량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와 전설을 통해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을 조명하고 있다. 그러기에 안데스 산맥에 둥지를 튼 고대 문명의 신화에서 라틴 아메리카 고유의 문화적 특징과 신화적 상상력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90년대 세계 문학사조를 이끈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적 작가이면서 노벨상 수상자인 마르케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비하고 환상적이며, 괴이하고 비일상적인 수많은 예술적 상상력은 모두 라틴아메리카 신화와 전설에서 나온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현대판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신화를 떠올렸다. 그것은 다름아닌 미국이 전세계 민중에게 강요하는 신자유주의를 몰아내는 선봉에 라틴아메리카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서 좌파벨트를 구축한 라틴아메리카의 자주동맹전선이 신자유주의 첨병 역할을 하는 사악한 삼총사인 IMF, 세계은행, WTO를 해체 위기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나는 박수를 열심히 치고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살아있는 신화와 전설이다. 제3세계 민중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