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고향 길

대빈창 2010. 3. 7. 17:53

 

 

책이름 : 고향 길

지은이 : 윤중호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시집은 윤중호의 유고시집으로 2005년 8월에 출간되었다. 시인은 본인도 모르는 지병인 췌장암으로 2004년 9월 이 세상을 떠났다. 더욱 안타까운 사연은 부친의 두집 살림으로 고생만 하신 어머님의 칠순인 2004년 12월 출간을 계획하였으나, 돌연 시인이 먼저 숟가락을 놓은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마흔여덟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모친의 심정은 어땠을까. 시집은 3부로 구성되었고, 모두 58개의 시가 실려있다. 고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간행된 이 유고시집은 근대화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우리의 고향에 대한 애절하고도 안타까운 사연과 사람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고향은 중의성을 띠고 있다. 일반적인 누구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고향과,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아가야 할 궁극적인 죽음도 의미하는 것이다.

시집에는 표제시가 2개가 등장한다. 그런데 '고향 길 1'의 부제는 '「녹색평론」김종철 선생께 드림'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숨어 있을까. 이 시집의 발문을 쓴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은 시인 윤중호의 스승이었다. 앞서 소개한 '느리게 사는 사람들'은 시인이 사연 많고 가슴저린 삶을 살아가면서 힘들때마다 힘이 되어준 사람들에 대한 짧은 찬사를 엮은 글 묶은집다. 그 책 주요등장 인물 중의 한 명이 김종철이었다. 1975년 김종철은 대전 숭전대의 전임교원으로  부임한다. 그때 윤중호가 속한 문학 서클에서 지도교수를 부탁해 둘은 사제지간이 된다. 수년 뒤 김종철은 영남대 영문과 교수로 자리를 옮기고, 지금은 이 사회에서 대접받는 그 좋다던 교수직도 팽개치고, 이 땅의 척박한 환경생태 분야를 일구기 위해 '녹색평론'의 발행과 편집에 매진하고 있다. 아끼는 제자의 돌연한 죽음 앞에 스승은 유고시집의 발문을 맡을 수밖에. 맨 끝 시는 미완유고시로 '가을'이다. 전문을 싣는다.

 

돌아갈 곳을 알고 있습니다 /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 모두 돌아갈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 / 왜 모르겠어요 / 잠깐만요 마지막 저 / 당재고개를 넘어가는 할머니 / 무덤 가는 길만 한 번 더 보구요 / 이. 제. 됐. 습. 니. 다./

 

시인들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상상력의 민감한 끈은 자신의 죽음에도 촉수를 뻗치고 있는 것일까. 박영근의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에서도 나는 지금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초보 생태주의자인 나의 눈으로도 지금 시대는 돌이킬 수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 브레이크 고장난 열차다. 끝없는 욕망과 과소비 그리고 속도전으로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멸종이라는 자기파괴적 자본주의 상품에 중독된 우리들에게 시인은 '돌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를 마지막 유고시집으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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