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 선시 삼백수
엮은이 : 정민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요즘 고전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다시 살려내는 고전문학 연구가 정민의 글맛에 빠져 들었다. 열정과 광기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18세기 지식인들의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의미를 담은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2004)를 잡고부터였다. 세 권의 책을 손에 넣었다. 스님들의 선시를 모은 『우리 선시 삼백수』(문학과지성사, 2017)는 이제 막 책씻이를 하고 리뷰를 긁적이고 있다. 책상 독서대에 올려 진 책은 저자의 첫 책으로 15년 만에 개정판을 선보인 『한시 미학 산책』(휴머니스트, 2010),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은 4자성어로 오늘을 사유한 『일침』(김영사, 2012)이다.
우세 의천(1055 - 1101) / 무의 혜심(1178 - 1234) / 원감 충지(1226 - 1292) / 태고 보우(1301 - 1382) / 벽송 지엄(1464 - 1534) / 허응 보우(1509 - 1565) / 청허 휴정(1520 - 1604) / 정관 일선(1533 - 1608) / 제월 경헌(1542 - 1633) / 부휴 선수(1543 - 1615) / 송운 유정(1544 - 1610) / 청매 인오(1548 - 1623) / 기암 법견(1552 - 1634) / 진묵 일옥(1562 - 1633) / 중관 해안(1567 - ?) / 월봉 무주(1623 - ?) / 한계 현일(1630 - 1716) / 동계 경일(1636 - 1695) / 풍계 명찰(1640 - 1708) / 함월 해원(1691 - 1770) / 월파 태율(1695 - ?) / 괄허 취여(1720 - 1789) / 연담 유일(1720 - 1799) / 경암 응윤(1743 - 1804) / 아암 혜장(1772 - 1811) / 월하 계오(1773 - 1849) / 철선 혜즙(1791 - 1858) / 화담 법린(1848 - 1902) / 해담 치익(1862 - 1942) / 석전 영호(1870 - 1948) / 용운 만해(1879 - 1944)
책은 고려 중기 승려로 11대 문종의 넷째 아들 우세 의천부터 근세 독립운동가, 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용운 만해까지 서른 한 분이 쓴 5·7언 절구 삼백수를 모았다. 시편들은 한 편이 실린 태고 보우, 진묵 일옥에서 가장 많은 스물일곱편이 실린 원감 충지까지 다양했다. 저자는 “옛말로 소순기(蔬荀氣), 즉 채소와 죽순만 먹고 살아 기름기가 좍 빠진 담백한 언어들의 향연”이라고 말했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 선시禪詩 원문과 우리말 풀이, 오른편에 간결한 비평을, 하단에 어휘 풀이를 붙였다. 마지막은 인간의 삶을 죽음의 과정으로 그린 시인 최승호의 「진흙소를 타고」가 떠오르는 제월 경헌(霽月 敬軒, 1542 - 1633)의 「임종게(臨終偈)」다.
泥牛入海杳茫然 진흙 소 바다 들어 아득히 간데없고
了達三生一大緣 삼생의 한 큰 인연 깨달아 이르렀네.
何事更生煩惱念 어인 일 다시금 번뇌 생각 일거들랑
也來齋閣乞陳篇 재각으로 찾아와 달빛 노래 빌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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