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대빈창 2020. 5. 7. 04:44

 

 

 

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는 2017년 6월말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산사 7곳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기념으로 출간된 별책이다. 우리나라의 13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은 표지그림 안동 봉정사를 비롯해,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의 7개 사찰이 주인공이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7 - 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산사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낳은 불교 유산이었다. 인도·중국은 사암지대가 널리 분포해 석굴사원이 발달했다. 아잔타석굴, 돈황 막고굴, 천수 맥적산 석굴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사찰은 정원 문화가 발달하여 용안사, 천룡사 등 14개 사찰이 세계유산에 올랐다. 즉 중국은 석굴사원, 일본이 사찰정원이라면 한국은 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산사의 뿌리는 ‘구산선문’(九山禪門)으로, 통일신라말 9세기에 도의선사의 선종이 전파되면서 전국 각지의 명산에 선종 사찰이 세워졌다. 절을 찾아가면 제일 먼저 맞아주는 일주문의 현판은 하나같이 절 이름 앞에 산을 내세웠다.

책은 1994년 1권 『남도답사일번지』가 발간된 이래 국내편 10권에 실렸던, 세계유산에 등재된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4곳의 산사와 남한의 사찰 15여 곳과 북한의 사찰 2곳을 가려 뽑았다. 해남 미황사, 고창 선운사, 부안 내소사·개암사, 예산 수덕사, 서산 개심사, 부여 무량사·성주사터, 문경 봉암사, 청도 운문사, 창녕 관룡사, 구례 연곡사, 영암 도갑사, 강진 무위사·백련사, 정선 선암사,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표훈사.

성질 급한 나는 2018년 8월 초판1쇄를 손에 넣고, 이제 책을 펼쳤다. 출판사 《창비》는 책의 오류를 뒤늦게 발견하고 서점에 깔린 책의 회수에 나섰다. 인쇄된 책은 전부 폐기했다. 내가 잡은 책은 결례된 부분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 봉암사에 다녀온 후 나는 돌아가신 강우방 선생을 만날 일이 있어서 얘기 끝에 봉암사에 다녀왔다고 했더니, 강선생님 말씀이 “그게 절이야? 다 망가졌어, 나는 다시는 안 갈거야”라고 한탄 어린 푸념을 계속하셨다. (224 - 225쪽) -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원로미술사학자를 돌아가셨다고 하다니. 더 큰 문제는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강우방(78)은 이렇게 말했다. “스님들만의 수행공간으로서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는 봉암사는 제대로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절인데 내가 왜 그런 말을 했겠나”라고.

지은이는 청도 운문사의 ‘새벽 예불’에 대한 글을 시작하며 명천 선생의 평생소원을 빌어, 자신의 소원을 얘기했다. 늙어 정년퇴직하고 나면 청도 운문사 앞 감나무집을 사서 여관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아직 버리지 못한 소원 하나를 나는 간직하고 있다. 20여 년 전에 읽었던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에서 눈도장을 찍어 둔 곳이 있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용천동의 궁벽 진 두메산골이었다. 산중 계곡의 외떨어진 오두막 흙집에서 나의 마지막 삶을 의탁하는 것이다. 돌담으로 둘리어진 안마당을 가르며 깊은 산의 계류가 흘러들고, 안채를 향하려면  그 계곡물에 드리워진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마! 시간의 흐름도 느리게 흘러갈 것만 같은 그 집. 해 짧은 산중 텃밭의 푸성귀를 가꾸다가, 그것도 지루하면 계류에 몰려든 버들치에게 먹다만 밥알이나마 던져주는 안빈낙도의 배부른(?) 상상에 혼자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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