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 날입니다. 위 이미지는 3월 11일. 음력 이월 열이레 저조(12:23) - 67 물때의 주문도 앞바다 전경입니다. 달력의 물때는 인천항 기준입니다. 강화도 바다는 대략 25분을 뒤로 늦추면 정확한 물때를 맞출 수 있습니다. 감(물이 가장 많이 빠진 시점에서 물이 밀기까지 30분간 잔잔한 시기)때가 마침 점심시간이라 나는 느리 선창에 나섰습니다. 아래선창에서 올라오며 석모도와 아차도 꽃치를 바라보며 손전화 카메라를 눌렀습니다. 아차도 꽃치 앞에 2시에 출항하는 객선 삼보12호가 정박했습니다.
『바다, 바닥을 드러내다』는 9년 전 글이었습니다. 그때 년 중 가장 물이 많이 빠진 날은 음력 정월 열이레였습니다. 정확히 뒤로 한 달을 물러났습니다. 지구과학에 어두운 나는 그 원인을 유추할 수 없었습니다. 9년 전 겨울 추위는 매서웠습니다. 결빙된 한강의 얼음장이 강화도 바다로 떠 내려와 카페리호가 한동안 결항되었습니다. 그해 바다가 바닥을 드러낸 날은 우수였습니다. 겨우내 맹위를 떨쳤던 동장군이 우수를 맞아 슬그머니 꼬리를 사려 그날은 화창했습니다. 날이 너무 풀려 생것들이 먼 바다로 나가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올겨울은 눈다운 눈 한 번 없이 온화한 날씨가 지속되어 시도 때도 없이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이래저래 바다가 가물었습니다.
마을사람들 십여 명이 양동이를 들고 자신의 몸 속 가장 깊은 곳까지 드러낸 바다를 뒤적였습니다. 섬 주민들은 채비를 갖춰 한껏 기대를 하고 바다에 나섰지만 재미를 못 보았습니다. 물 빠진 바다는 9년 전에 볼 수 없었던 모래뻘이 여기저기 쌓였습니다. 교동대교·석모대교가 개통되고 물흐름이 바뀌면서 뻘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십여 년 전 눈에 불을 켜도 보이지 않던 낙지가 주문도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덩치가 큰 낙지는 다리가 유난히 길어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주문도 낙지는 갯벌 구멍을 쑤셔 잡는 것이 아니라 물빠진 바다의 돌 틈에서 건져 올렸습니다. 올겨울은 날씨가 너무 포근해 굴이 폐사하는 바람에 한시절 쌈짓돈이 메말랐습니다.
바다가 드러나는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려는 도시인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포에 질려 섬에 들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도 여기 황해의 작은 외딴섬은 비껴가는 듯 합니다. 집단감염이 수도권에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인천 도회인들이 방안에 갇혀있다 주말이면 바람을 쐬러 강화도로 향해 48번 국도가 주차장화되었습니다. 강화군은 지난 14일 주말부터 강화대교와 초지대교에서 차량 탑승자 전원에 대해 발열검사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강화를 잇는 국도는 차량 나래비가 이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바닥을 드러낸 바다에 다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벨탑을 쌓는 인간처럼 인류의 문명이란 이렇게 하찮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팬데믹으로 인류 문명이 방향성을 잃고 개미처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지혜는 쉽게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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