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역병의 창궐로 발이 묶이다.

대빈창 2020. 3. 23. 04:52

 

 

위 이미지는 같은 카테고리의  글에 첨부된 사진과 크기가 다릅니다. 나의 손전화 카메라 이미지는 파노라마처럼 가로로 길게 누웠습니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위 이미지는 나의 인생에서 처음 가입한 밴드에서 다운 받았습니다. 현재 중국 연길에서 치료중인 환우가 방금 도착한 국제택배의 사진을 밴드에 올렸습니다.  지난해 10월초 별스럽지 않던 몸의 증상이 신경에 거슬렸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죽을병은 아니었지만, 삶의 그날까지 이어질 불편을 떠올리면 온 몸의 신경이 송곳처럼 날카로워졌습니다. 이 땅의 치료법은 완치를 꿈꿀 수 없었습니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임시변통에 불과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지린성 연변자치주 조선족 박사의 치료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완치된 환우가 운용하는 밴드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연길 체류를 준비하며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중국행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90일 단수 관광 비자였습니다. 2. 18. 인천공항에서 09:05에 출항하는 아시아나 연길행 항공권을 예약했습니다. 잠자리는 공항 캡슐 호텔로 잡았습니다. 캐리어에 꾸릴 짐을 챙기고, 유니온 베이 카드를 발급했습니다. 해외여행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로 막았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된 전염병은 들불처럼 전 세계로 번져나갔습니다. 연길의 환우와 병원 관계자들은 전염병을 차단할 일차적 도구인 마스크를 애타게 찾았습니다. 밴드에 다급한 SOS가 올라 왔습니다. 다행히 작년 홈쇼핑에서 구매한 황사방지용과 인천 작은형의 도움으로 2. 10. 국제택배로 마스크 120매를 보냈습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극단적 처방으로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아냈습니다. 중국인들의 일상이 정지되었습니다. 중국을 향하는 한국인의 발길이 줄면서 연길행 항공기 출항일이 19일로 하루 뒤로 밀렸습니다. 하지만 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연길의 병원도 문을 닫았습니다. 국제택배는 항공기의 결항으로 하염없이 발이 묶였습니다. 거의 한 달의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3. 3. 드디어 연변에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발원지 중국에서 거의 수그러 들었습니다. 중국인들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오히려 이 땅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마스크 품귀 현상마저 벌어졌습니다. 약국, 우체국,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길게 나래비를 서야 주일에 마스크 두 매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유입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외국인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연길에 내리자마자 아는이가 담보를 서야만 14일의 자가 격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우리나라 사정으로 연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3. 22. 09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 150개국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확진자수는 287,170명 누적 사망자는 12,643명 입니다. 마지막은 뒤늦게 도착한 나의 택배를 받고 고마움을 표시한 의사 선생님의 감사 메일입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이 어려움을 격고 있는데 우리가 방조하여야하지 거꾸러 우리가 받다 난 아무런 것도 방조하지 못하니 미안하기만 합니다. 아프지 말고 가족이 행복하기 바람니다.

 

고희를 넘기신 선생님께서 어눌한 말투의 모국어로 쓰신 진정성이 느껴지는 편지입니다. 여기서 ‘방조하다’는 ‘도움을 주다’의 뜻입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기를. 선생님의 손길이 저의 아픔 몸을 치료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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