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청록집靑鹿集
지은이 : 박목월·조지훈·박두진
펴낸곳 : 을유문화사
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이고 / 엿듣고 있다
1978년 시인이 죽자, 정지용은 이렇게 말했다. “북에 소월, 남에는 목월”이었다고. 박목월의 「윤사월」(12쪽)의 전문이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입가에 읊조린 시였다. 이외에 박목월의 「나그네」·「청노루」, 조지훈의 「승무僧舞」, 박두진의 「도봉道峯」이 눈에 익었다. 아마! 학창시절 국정교과서에 실린 시였을 것이다.
시집은 박목월(1916 - 1978, 경남 고성)·조지훈(1920 - 1968, 경북 영양)·박두진(1916 - 1998 , 경기 안성)의 3인 합동시집이었다. 『靑鹿集』의 3인은 1939년 - 1940년에 걸쳐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지를 통해 등단했다. 등단직후 일제의 탄압으로 1941년에 『문장』이 폐간되어 이들은 시를 발표할 지면을 잃었다. 마침내 해방을 맞아 출간된 공동시집은 박목월은 열다섯 수, 조지훈은 열두 수, 박두진은 열두 수가 실렸다.
시인·문학평론가 김기중의 해설 「자연의 재발견과 존재론적 생명의식의 형상화」에서 밝혔듯이 3인은 자연을 노래한 공통점이 있지만, 박목월은 향토성이 짙은 토속어를 구사했고, 조지훈은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아 민족적 정서를 형상화했으며, 박두진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산문적 문체를 구사했다.
책을 펴낸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는 1945년에 설립되었다. 1946년 6월 6일 초판 1쇄를 찍은 시집은 탄생 60돌을 기념하여 2006년에 재출간되었다. 세로쓰기 판형의 1946년 초판 시집의 표지와 내용을 스캔해 책의 뒤에 그대로 전재했다. 문학평론가 도정일은 말했다. “청록집의 출간은 우리 현대 문학사상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그 핵심은 서정의 상실에 대한 거부이고 저항에 있다.”고. 시집이 나온 후 세간에서는 세 시인을 ‘청록파(靑鹿派)’라 불렀다. 마지막은 표제 ‘靑鹿’을 따오게 된 시 박목월의 「청노루」(14쪽)의 전문이다.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 낡은 기와집 // 산은 자하산紫霞山 / 봄눈 녹으면 // 느릅나무 /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 청노루 / 맑은 눈에 // 도는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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