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대빈창 2020. 8. 6. 07:00

 

 

 

책이름 :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지은이 : 서호인

펴낸곳 : 민음사

 

시인은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첫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민음사)을 2010년에 내었다. 한 해만에 두 번째 시집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민음사)을 상재했다. 두 번째 시집은 제30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이었다. 나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여수』(문학과지성사, 2017)를 잡고, 두 권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 첫 시집은 4부에 나뉘어 모두 50편이 실렸다. 해설은 조강석(문학평론가)의 「악동 라이브 시인의 그래피티(graffiti)」였다.

시집은 한 소년의 성장기와 한 사회의 루저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년은 오락실의 Street Fighter와 미국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에 열광했다. 쌍팔년도의 서울올림픽과 90년대 IMF 사태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알게 되었다. 참담한 시대의 강권에 속수무책의 루저(Loser)들에 대한 지극한 연민을 담았다. 공사 현장 사고사 노동자, 골목 슈퍼 주인, 교통사고사 다방 레지, 폐업 직전의 회사원, 노점상 할머니의 죽음, 요실금 앓는 중년 사내, 장기매매(신장)을 팔려는 사내, 장어를 손질하는 형수, 골프장의 캐디, 화학공장에서 코를 잃은 외국인 노동자, 퇴락한 밴드의 늙은 여성 보컬 등.

 

다리에 힘이 풀렸군 무차별한 꿈은 링 코너에 몰려 마우스피스까지 뱉은 채 그로기, 카운트에 밀려 일어선 무릎은 가늘게 떨리고 고개를 들 힘도 없는 자네의 희망은 그로기, 박스에 갇힌 자네는 복싱의 신이 던진 미끼를 문 복어, 독 빠진 패배자, 어디를 그렇게 보는 거야 이 얼빠진 친구야 // 나는 웃었어요 씨익, / 헐떡거리며 마우스피스를 뱉은 내 벌과 나비가 / 무하마드의 잘난 귓불에 엘도라도처럼 붙어 바짝, / 복싱 말고 다른, 좋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웃어 봐, 프레이저」(94 - 95쪽)의 4·5연이다. 시는 조 프레이저와 무하마드 알리의 복싱 경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나는 마우스피스와 귓불에서 1997. 6. 28.‘세기의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WBA 헤비급 세계타이틀전을 떠올렸다.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1962 -   )와 도전자 마이크 타이슨(1966 -   )이 맞붙은 경기였다. 운명의 3회 타이슨은 마우스피스를 뱉어버린 뒤 일을 저질렀다. 홀리필드의 귓불을 두 번이나 물어뜯었다. 타이슨은 복싱 사상 초유의 반칙 실격패를 당했다. 마이크 타이슨은 진짜 루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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