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인류세人類世

대빈창 2020. 8. 13. 07:21

 

 

책이름 : 인류세

지은이 : 클라이브 해밀턴

옮긴이 : 정서진

펴낸곳 : 이상북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말은 구소련 지질학자 알렉세이 파블로프가 1922년 처음 사용했다. 노벨상 수상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이 말을 사용하면서 국제적 이슈가 되었다.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의 안정적으로 온화한 기후였던 홀로세(Holocene)를 잇는 새로운 지질연대에 붙인 이름이었다. 국제층서위원회는 45억년 된 지질연대표에서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를 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질연대표에서 한 시대 단위에서 다른 단위로의 이행은 자연력의 점진적 발달이나, 단일한 거대 사건에 의해 일어났다. 반면 인류세는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시스템에 미친 영향으로 이름이 붙었다. 기존의 지질연대와 작명원리가 근본적으로 달랐다. 산업혁명으로 석탄을 태우면서 인류는 지속적으로 기후시스템을 교란시켰다. 1945년을 기점으로 잡는 인류세는 해양 산성화, 생물종의 멸종, 질소 순환의 혼란 등 지구시스템 전반에 연쇄적으로 가공할 영향력을 미쳤다.

45억년 된 지구에 현생 인류가 등장한 것은 20만 년 전이었다. 19만 3천년의 시간동안 인류는 지구에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수렵·채취의 시대였다. 7천년 전에 문명이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300년이 지났다. 인류 문명의 걷잡을 수 없는 성장이 지속된 지 70년이 지났다. 오늘날 인간활동은 지구의 자정 시스템을 파괴할 정도로 위기가 심각해졌다. 이른바 인류세의 도래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세계적 이상 기후 현상은 일상화되었다. 북극 빙하는 1980년대와 비교해 1/4이 줄었다. 2030년 북극 빙하가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고 지구학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유대로 인류는 '지구의 울부짖는 소리', '우리를 향해 울부짖는 자매'의 소리에 애써 귀 막았다.

경제학자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전 지구적 생태 위기를 경고하며 신(新)인간중심주의를 내세웠다. 책의 부제는 ‘거대한 전환 앞에 선 인간과 지구시스템’으로 인류와 자연의 새로운 공존을 모색했다. 지구를 보호하고 지구 시스템 교란을 방지하는 인간의 고유한 책임을 강조했다. 오늘날 인간은 두 지질시대 사이 이행기의 존재였다. 과거의 지질시대는 인류가 번영하도록 자연이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인류가 자초한 새로운 지질시대는 인류의 문명을 끝장낼 수도 있다.  한반도가 유래없는 긴 장마로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장마가 아닌 기후변화였다. 지구를 망친 인간에 대한 자연의 가공할 보복이 본격화되었는지 모르겠다. 호모 사피엔스는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스스로 새로운 지질시대의 이름을 '인류세'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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