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에로틱 세계사
지은이 : 난젠&피카드
옮긴이 : 남기철
펴낸곳 : 오브제
부제가 ‘교양으로 읽는 1만 년의 성의 역사’였다. 책을 휴대하고 다니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원의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남의 이목을 의식해서였다. 내용은 직설적이다 못해 발칙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는 그런대로 무난했다. 한국인의 성(性)에 대한 관념은 이중적이다. 일상에서 성적 주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펴낸곳이 〈오브제〉로 도서출판 〈다산북스〉의 임프린트(Imprint)였다. 유능한 전문 편집자를 영입해 별도의 브랜드를 주고 경영권과 출판권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자문화권에서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한 다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었다.
독일 뮌헨의 젊은 저널리스트 그룹 '난젠&피카드(Nansen&Piccard)'는 역사, 신화, 예술 작품에 나타난 섹스의 여러 다양한 모습을 소개했다. 신석기(시대), 철기, 그리스·로마,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혁명, 제1·2차 세계대전, 냉전, 오늘날까지 10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8000년 전 유대왕국 팔레스티나의 성교조각상 「아인 사크라 연인상」에서 히잡을 쓴 포르노 여왕 「미아 칼리파Mia Khalifa」까지 100개의 챕터로 섹스문화사를 그려냈다. 표지그림은 AD 250년경 인도의 말라나가 바츠야아나가 쓴 섹스교과서 『카마수트라』 꼭지에 그려진 삽화였다.
BC 1850년 경 고대 이집트의 피임약은 식물의 점액을 발효시켜, 악어의 똥을 섞은 좌약이었다. 질의 수소이온 농도를 낮춰 정자를 죽였다. BC 1300년 경 고대 이집트의 최음제 맨드레이크는 지중해 연안, 중부 유럽에서 자생하는 가지과 식물로 환각성 알카로이드를 함유했다. AD 100년 고대 로마의 프리아포스 신전은 은밀하게 발기부전 치료를 행하던 비뇨기과였다. 1069년 독일 하인리히 4세 황제의 원시 비아그라 칸타리스cantharis는 딱정벌레 긴목남가뢰의 말린 가루였다. 1855년 필라델피아 철물상 찰스 굿이어는 세계 최초로 고무 콘돔을 개발했다. 1883년 영국의 의사·발명가 조셉 모티머 그랜빌은 전동 바이브레이터를 만들었다. 1890년 섹스의자(스리섬 체어)를 고안한 사람은 웨일스의 앨버트 에드워드 왕자였다. 1919년 오스트리아 화가 코코슈카는 비엔나의 가장 아름다운 여자 알마 말러의 등신대 인형을 뮌헨의 인형제조업자 헤르미네 무스에게 특별 주문했다. 현대판 섹스돌이었다. 1951년 화학자 칼 제라시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노르에티스테론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여성의 배란을 억제하는 피임효과가 탁월했다. 1960년 경구피임약 ‘에노비드Enovid'로 나왔다. 1962년 독일의 플렌스부르크에 세계 최초의 섹스 숍 ‘베아테 우제’가 들어섰다. 창업자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안의 물고기 (0) | 2020.08.26 |
---|---|
녹색평론 통권 173호 (0) | 2020.08.24 |
인류세人類世 (0) | 2020.08.13 |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0) | 2020.08.06 |
2050 거주불능 지구 (0) | 2020.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