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안의 물고기

대빈창 2020. 8. 26. 07:00

 

 

책이름 : 내 안의 물고기

지은이 : 닐 슈빈

옮긴이 : 김명남

펴낸곳 : 김영사

 

2006년 고생물학계는 어류에서 양서류로, 물에서 뭍으로 생명의 진화를 밝혀주는 ‘잃어버린 고리’가 나타나자 발칵 뒤집혔다. 고생물학자 닐 슈빈(Neil Shubin)은 2004년 7월 북극(북위 80도) 캐나다 엘스미어섬의 3억7천만년전 고대 개울에서 형성된 암석 속에서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Tiktaalik)을 발견했다. 데본기에 살았던 육기어류(살덩어리 같은 엽상형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였다. 이누이트 말로 ‘커다란 민물고기’라는 뜻이었다.

틱타알릭은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진 물고기였지만 지느러미로 양서류의 앞발처럼 발굽혀펴기를 할 수 있었다. 머리도 파충류의 악어처럼 납작해 두 눈이 머리 위에 달렸다. 물에서 사는 어류와 뭍에 적응한 사지동물 사이의 전이단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화석이었다. 어깨, 팔꿈치, 손목관절을 지닌 물고기로 수생에서 육상으로 전이를 증명하는 최고의 표본이었다.

닐 슈빈은 사람 몸의 진화의 과정을 밝혀주는 길은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화석으로 고생물학의 길이었다. 인간의 먼 선조가 물에서 뭍으로 올라와 네 발로 걷는 동물이 되었다. 유전자는 계속 진화를 거듭하여 특수한 몸 구조와 감각 기관을 지니게 되었다. 화석은 눈앞에 증거를 보여 주었다. 다른 하나는 DNA와 진화발생생물학의 길이었다. 인간의 몸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초창기부터 존재했고, 서로 다른 생물인데도 공통점이 많았다. 생명은 오래된 도구인 유전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여 오늘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DNA 분석은 미생물의 흔적이 우리 몸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밝혀주었다. 인체의 모든 세포 속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구조의 세포 차원의 미시 구조는 박테리아 구조와 비슷하다. 미토콘드리아성 질병(뇌근심병)은 박테리아의 과거의 연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현대인의 비만, 심장질환, 치질은 과거 수렵채집인 시절의 유산이었다. 비만은 불황기를 대비하는 우리 몸의 지방축적에서 유래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일하는 현대인은 각종 심장질환에 시달렸다. 판막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맥에 울혈이 생기는 하지정맥류가 발생했다. 인간은 말하는 능력을 얻는 대신 음식을 먹다가 일으키는 질식과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위험한 대가를 지불했다.

심지어 닐 슈빈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업그레이드된 물고기”라고. 인간의 딸꾹질 현상은 올챙이의 아가미 호흡과 너무 비슷한 데가 많다. 탈장(脫腸) 증세는 상어의 과거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의 발생학적, 진화학적 역사는 생식선의 하강으로 인한 체벽에 취약한 부위가 생겼기 때문이다. 남성이 탈장을 일으키기 쉬운 이유는 인간은 물고기의 과거와 포유류의 현재를 교환한데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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