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분홍 나막신
지은이 : 송찬호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보은 구병산 이상한 숲 속 농원에는’ 「이상한 숲 속 농원」(70-71쪽)의 1연 1행이다. 나는 여기서 시인친구 함민복을 떠올렸다. 시인이 사는 강화도의 길상에서 화도로 넘어가는 여우고개아래 소담마을 한길 건너에 한옥 카페가 들어섰다. 우리는 점심 후식으로 카페에서 대추차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시인이 말했다.
“송찬호 형이 고향 보은에서 대추 농사를 지으며 시를 써. 잘 쓰는 시인 중의 한 분이시지.”
그렇다. 충북 보은의 특산물은 대추였다. 나는 시집을 읽어 나가며 마음대로 생각했다. 아마! 시인의 대추농원이 구병산 자락에 있지 않을까. 시인은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 6집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전두환 군홧발 정권이 『문학과지성』을 폐간시키자, 제호를 바꾸어 무크지로 발행하던 문학지였다. 나는 동화적 상상력으로 현대 문명을 비판했던 네 번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으로 시인을 처음 만났다. 『분홍 나막신』은 7년 만에 펴내는 다섯 번째 시집이었다. 4부에 나뉘어 53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이재복은 해설 「상징의 발견과 미의 복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의 토대를 이루는 말과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의 시 세계는 미에 대한 고전적인 품격과 깊이를 지닌다.”(131쪽) 마지막은 표제시 「분홍 나막신」(11쪽)의 전문이다.
님께서 새 나막신을 사오셨다 / 나는 아이 좋아라 / 발톱을 깎고 복숭아뼈를 깎고 /새 신에 발을 꼬옥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짓찧어진 / 맨드라미 즙을 / 나막신 코에 문질렀다 / 발이 부르트고 피가 배어 나와도 / 이 춤을 멈출 수 없음을 예감하면서 / 님께서는 오직 사랑만을 발명하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