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문화의 수수께끼

대빈창 2020. 10. 30. 07:00

책이름 : 문화의 수수께끼
지은이 : 마빈 해리스
옮긴이 : 박종렬
펴낸곳 : 한길사

책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 - 2001)의 문화인류학 3부작 『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식인과 제왕』의 1권이었다. 시리즈는 모두 《한길사》에서 출간되었다. 번역된 지 어언 40여 년이 가까워오지만 이 땅의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었다. 나에게 옮긴이 박종렬이 낯익었다. 그렇다. 인천사랑방교회의 목회자면서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을 번역했고, 월간 『사회평론 길』의 발행인이었다.
마빈 해리스는 생태학적 적응양식을 통해 가족·재산 관계, 정치·경제 제도, 종교·문화의 진화와 발전 원리를 밝혀냈다. 문화인류학자는 말했다. “생활양식의 배경에 감춰진 원인들을 그토록 오랫동안 지나쳤던 주된 이유는 모든 사람이 ‘그 대답은 신 밖에 모른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마빈 해리스는 힌두교도가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 유대인·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혐오하는 이유, 원시전쟁과 남근우월주의, 포트래취와 유령화물의 발생원인, 마녀 사냥과 기독교 문명의 본질을 파헤쳤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 서로 무관한듯한 각기 다른 생활양식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힌두교도의 암소 숭배는 우유를 짜내고, 분뇨를 연료화하고, 마을의 쓰레기를 먹이며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철저한 손익계산아래 비용보다 이익을 추구한 결과였다. 유대인·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혐오하는 이유는 시원한 그늘을 좋아하는 돼지의 습성으로 중동지역의 기후환경에서 사육 비용이 너무 컸다. 잡식성 돼지는 먹을거리에서 유목민과 경쟁 관계에 있었다. 아마존 밀림의 원시종족 야노마모족은 지구상에 가장 호전적인 종족으로 남성의 광신적 배타주의 사회이다. 이는 동물성 단백질 부족에서 발생하는 전쟁의 결과였다. 원시부족들의 잦은 전쟁은 생태학적 균형에 따라 인구수를 유지시키는 차단 메커니즘의 하나일 뿐이었다.
중세의 마녀 사냥은 부의 재분배와 사회계급 타파를 요구하는 사회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회와 국가로부터, 인간의 형태를 취한 가상의 괴물들에게 전가시켰다. 뉴기니아의 유령화물(Phantom Cargo)은 자연자원, 인적자원을 얻기 위한 투쟁에 대한 보상이었다. 미국 서부 원주민 사이의 겨울축제 또는 축제 때 교환하는 선물을 의미하는 포트래취(potlatch)는 루드 베네딕트의 저서 『문화의 제 유형』으로 잘 알려졌다. 원시부족들 중에 현대 소비경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흥청망청 낭비하고 소비하는 부족들이 있었다. 야심과 위신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더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축제에 내놓은 음식의 양으로 서로를 평가했다. 이를 루드 베네딕트는 ‘위신추구의 열망을 표현시켜주는 하나의 행사’로 규정했지만, 마빈 해리스는 ‘생산력이 높은 부락에서 이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부락으로 식량과 귀중품들을 분배시켜주는 역할’로 보았다. 문화인류학자는 겉으로 보아서 도저히 해독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생활양식들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으로 독자들의 눈을 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