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혼자가 혼자에게
지은이 : 이병률
펴낸곳 : 달
전 세계 100여 개국의 이국적 풍경을 담은 여행산문집 『끌림』(랜덤하우스코리아, 2005)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달, 2012) 그리고 국내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 『내 옆에 있는 사람』(달, 2015) 이후 5년 만에 신작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달, 2019)에 나왔다. 시인의 다섯 권의 시집(최근의 시집은 2017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바다는 잘 있습니다』) 중에서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5)를 잡았을 뿐이다. 나는 시인을 오히려 에세이스트로 대접하고 있었다.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부터 「맞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나쁘지 않아요」까지 43꼭지에 담긴 글들은 시인이 혼자 있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걷고, 혼자 적막의 시간에 휩싸인 혼자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 꼭지는 3 - 8쪽 분량으로,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 풍성하게 실려 읽기가 좋았다. 앞 선 3권의 산문집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이 주된 이야기여서 그런지, 아니면 시인의 이미지가 풍기는 기시감 때문인지 마지막 책장을 덮자, 안개 자욱한 울릉도 나리분지, 불가리아 어느 시골 칼을 만들어 파는 가게, 삿뽀로 대설산大雪山 해발 2000미터의 노천온천, 일본 야마키타 게스트하우스 민타로 헛의 시인의 모습이 오래 남았다.
책의 핵심 문장은 첫 번째 꼭지의 “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16쪽)일 것이다. 시인이 핀란드의 북쪽 끝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에서 만난, 온통 흰 눈으로 덮힌 어느 호숫가 작은 통나무집에 대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집은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불이 필요하거나 몸을 녹이고 싶을 때, 차를 마시고 도시락을 먹고 싶을 때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곳에 작은 통나무집 한 채씩을 세운 핀란드인들은 말이 많은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4 - 5분 혼자 이야기를 하면 속으로 뭔가를 숨기려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핀란드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과묵한 민족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은 속표지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ㅅ'들과 함께 사는 혼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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