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작은 인간
지은이 : 마빈 해리스
옮긴이 : 김찬호
펴낸곳 : 민음사
1990년대 중반 강화대교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낡은 건물 2층에서 책을 만났다. 동료 여직원의 책상위에 책은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독서 커리큘럼도 모른 채 잡식성 동물처럼 무작위로 활자를 먹어 치우던 시절이었다. 부제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에 눈길이 꽂혔다. 아쉽게 표지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구석기 인류가 동굴이나 큰 바위에 새긴 암각화의 인간 형상으로 보였다. 그렇게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 - 2001)가 나의 독서 여정에 편입되었다. 책 욕심이 유별난 나는 이 땅에서 번역 출간된 마빈 해리스의 책을 전부 손에 넣었다.
『작은 인간』(민음사, 1995) / 『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 1982) /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 1992) / 『식인과 제왕』(한길사, 1995) /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황금가지, 1996)
그 시절 나는 인천 부평역앞 한겨레문고나 서울 신촌로터리 신촌문고에서 책을 샀다. 책술의 스템프는 D와 원안에 ‘문’이 새겨졌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책을 손에 넣은 서점이 떠오르지 않았다. 강화도 고려궁지 올라가는 언덕 끝머리에 작은 서점 〈백합사〉가 있었다. 그녀의 이미지는 백합처럼 청초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책을 주문했다. 그 서점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튼 블로그를 개설하기 전에 손때가 묻은 책들이었다. 세월은 20여 년을 훌쩍 넘겼다. 책술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책 리뷰를 긁적일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인류 문화가 진화하는 과정을 언어, 도구, 음식, 섹스, 동성애, 남녀차별, 전쟁, 권력, 종교 등 102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이야기했다. 문화 발전의 과정을 이해하는 열쇠로 인구증가 압력 → 생산증강 과정 → 생태환경 파괴 → 새로운 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을 제시했다. 문화 유물론적 관점은 모든 문화현상의 밑바탕에는 경제적·기술적 필연성이 존재하므로 그 바탕이 되는 문화의 물질적 근거를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현재 인류의 많은 문제를 진단하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고,(······)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또한 인식”(465쪽) 해야 현대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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