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나라의 옛 그림

대빈창 2020. 10. 22. 07:00

책이름 : 우리나라의 옛 그림
지은이 : 이동주
펴낸곳 : 학고재

「미술사와 미술사학」: 미술사학연구모임 강연록(1988. 5. 20)
「조선의 산수화―한국명화 근오백년전에 즈음하여―」: 국립중앙박물관 주최 강연 속기록(1973년 봄)
「장면(場面)과 화면(畵面)」: 월전미술관 초청강연(1992. 10. 19)
「옛 그림을 보는 눈」: 남정(藍丁) 박노수 교수와의 대담
「김 단원이라는 화원」, 「단원 김홍도」, 「겸재 일파의 진경산수」, 「속화」, 「완당바람」, 「심 현재의 중국 냄새」: 작가·작품론

책은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대담 1, 강연 3, 작가·작품론 6,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표지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총석정도〉이고, 뒤 표지그림은 현재 심사정의 〈딱따구리〉였다. 도판 200여 개가 실려, 눈 어두운 독자를 우리 옛 그림 세계로 자상하게 안내했다. “적어도 여기 실릴 그림과 글을 보고 장차 그림에 홀리는 인연 있는 독자가 안 나온다고 누가 말하리!”(6쪽)
그렇다. 우리나라 옛 그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나를 이끈 첫 책이었다. 책장에 최완수, 이태호, 한정희, 유홍준, 오주석, 손철주의 책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그래서 ‘이거 큰일났다. 이러다간 과에서 쫓겨나겠다’하고 그 후로는 그림 얘기 할 때는 동(東)자 주(州)자를 쓰기로 작정했습니다.”(22 - 23쪽) 1956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국제세미나에서 한국 전통그림에 대해 강연을 했다. 미술학과 교수로 적힌 몇 통의 편지가 대학으로 날라 왔다.
선생의 본명은 이용희로 동주(東州)는 호였다. 국제정치 연구에서 이용희라는 본명을, 미술사 연구에서 이동주라는 필명을 사용했다.이용희(1917 - 1997) 선생은 이 땅의 국제정치학의 개척자였다. 1956년 서울대에 외교학과를 설립하고, 한국국제정치학회를 창립하고, 제도적으로 국제정치학의 위상을 정립했다. 선생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상아탑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70년대 중반 대통령특별보좌관과 국토통일원장관을 역임했다. 선생은 20세기 한국학문사에 국제정치학자이자 미술사학자로 선 굵은 자취를 남겼다.
서예가·언론인으로 최고의 감식안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 - 1953)을 통해 옛 그림에 대한 품평과 감상의 안목을 길렀다.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와 단원 김홍도의 실경산수를 낳은 영·정조 년간의 문예부흥기를 선생은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그림은 작가의 불세출의 재능에서만 나온다기보다는, 시대 전체의 감식안이 높을 때, 그 화가의 그림을 격려하고 고무하고 비판해줄 수 있는 감식안이 있을 때 비로소 좋은 그림이 나오지,”(85 - 86쪽) 겸재 정선을 “단지 실경을 많이 그리고 잘 그려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실경의 시감을 새로운 기법을 통하여 정식화하고 화법화(畵法化)하였기”(252쪽)에 위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