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책冊
지은이 : 김남일
펴낸곳 : 문학동네
작가는 1983년 『우리세대의 문학』에 단편 「배리」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어언 40여 년이 가까워왔다. 미안했다. 나의 수중에는 2012년 권정생창작기금 수상작인 장편소설 『천재토끼 차상문』이 유일했다. 오랜만에 군립도서관에 들렀다. 코로나 19로 문을 닫았다가 임시방편으로 도서대여만 재개했다. 세 권의 메모도서를 찾다가 우연히 눈에 뜨인 책이었다. 그랬다. 표제가 책冊이었다. 책(冊)은 대나무를 끈으로 엮은 모양을 형상화했다. 세로로 쪼갠 대나무(竹) 몇 장의 간(簡)을 합쳐 가죽·비단 끈으로 묶었는데, 이를 책(冊)이라 불렀다.
작가는 평생 딱 세 권의 산문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표제는 이미 정했다.‘산/책/길’ 말그대로 산과 길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첫 산문집이었다. 3부에 나뉘어 실린 46편의 글은 작가의 책과 함께 한 내밀한 기록이었다. 1부 ‘책: 아주 오래된 농담’은 사전과 신문이 시디롬에 담기고, 소설도 e-book(전자책)으로 발표되는 세태와 원고지에서 타자기를 거쳐 컴퓨터로 진화한 작가의 글쓰기의 역사를 회한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헤르만 헤세의 고서 『노발리스』에 얽힌 일화, 파천황의 출판 역사에 시집 베스트셀러 신경림의 『농무』, 베스트셀러로 가는 지름길인 〈!느낌표〉의 도서선정을 거부한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과 아동문학가 故 권정생 선생, 작가를 문학으로 이끈 한 편의 시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등.
2부 ‘ 내 마음의 불온서적’은 가장 인상 깊었던 김지하의 시집 『황토』로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 민중의 최전선에서 새 시대 문학운동을 실천하는 부정기간행물(Mook) 『실천문학』. 작가는 출판사가 서대문형무소 앞에 있던 시절 편집원 없는 편집장이었다. 찰스 라이트 밀스의 『들어라 양키들아』, 님 웨일즈의 『아리랑』, 백기완의 『자주 고름 입에 물고 옥색 치마 휘날리며』, 나찌정권에 저항한 ‘백장미단 사건’의 잉겔 쇼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미하일 숄로호프의 대하소설 『고용한 돈강』, 응웬 반 봉의 『사이공의 흰 옷』까지.
3부 ‘쓸데없이 내가 읽은’은 『천재토끼 차상문』의 모티브가 되었던 유나바머(unabomber), '베트남을 이해하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의 회원답게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과 반레의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한 사학자(김성칠)의 한국전쟁 일기 『역사 앞에서』, 생태주의자들의 필독서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의 열두 달』과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16년 히말라야 오지 라다크에서 경험한 『오래된 미래』, 화가 이호신의 『길에서 쓴 그림일기』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부리나케 온라인 서적에 들어가 가트에 넣은 김용준의 『근원수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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