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스콧 니어링 자서전
지은이 : 스콧 니어링
펴낸곳 : 실천문학사
책은 《실천문학사》의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의 11번째 책이었다. 나의 독서여정을 돌아보니 1990년대 초 시리즈의 1권 『닥터 노먼 베쑨』과 4권 『뇌봉』을 잡았었다. 벌써 30여 년 저쪽의 세월이었다. 그리고 초판이 출간된 지 20년 만에 책을 펴들었다. 스콧 니어링(1883 - 1983)은 우리 시대의 의인으로 완전한 삶을 살다 간 인물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나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1999)와 스콧·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보리, 2000)을 통해 스콧 니어링을 진즉에 만났다.
책은 스콧 니어링이 여든 살이 넘어 강건한 철학을 바탕으로 역경에 찬 삶을 살아오면서 그 의미를 되짚어 본 자서전이었다. 앞서 두 권의 책이 서구 문명과 결별하고 채식주의자·생태주의자의 자급농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억압·수탈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사회주의자·평화주의자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저자는 자서전이 한 개인의 기록이기보다, 시대의 기록이 되기를 바랬다.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인격 형성에 큰 비중을 차지한 인물로 네 명을 꼽았다. 어머니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문학적 지식을 전수해 주었다. 할아버지는 과학기술의 세계로 안내한 장본인이었다. 펜실베니아 대학 워튼 스쿨 경제학부 학과장 사이먼 넬슨 패튼 교수는 불공평한 사회의 희생자들 편에 선 급진주의자로 진정한 스승이었다. 그리고 네오 톨스토이는 인간다운 삶을 향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신념대로 살아 간 모범적 인간이었다.
이외의 스승, 작가, 종교 지도자들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이성적 법칙, 부처와 살생하지 말라는 그의 가르침, 노자와 간디의 비폭력 철학, 예수와 그의 사회 봉사 본보기, 공자와 중용, 소로와 소박한 삶, 휘트먼과 자연주의자들,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레닌의 착취와 혁명에 관한 사상, 빅토르 위고와 인도주의, 벨라미와 공상적 이상주의자들, 올리브 슈나이더와 우화 작자들, 버크의 질서 의식, 로망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등’(92쪽)이었다.
스콧 니어링은 타고난 반골 기질로 반자본주의, 친사회주의, 반전운동가, 평화주의자, 채식주의자, 생태주의자의 길을 걸어갔다. 그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모든 계급사회의 밑바탕에는 네가 일하고 나는 먹는다”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의 소수 특권층에서 태어났으나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다. 반전 논문으로 인해 스파이 혐의로 법정에 섰다. 전 세계를 자기 안마당처럼 돌아다니며 열정적으로 평화주의를 전도했다. 미국은 소수 특권층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그에게 위험분자의 낙인을 찍고, 교수와 공직을 박탈했다. 그의 책은 금서였고, 그는 글을 발표할 지면을 빼았겼다.
스콧 니어링은 스무 살 차이가 나는 두 번째 아내 헬렌과 결혼하고 버몬트 주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인류 전체의 일부이자 당대 사회적·자연적 환경의 일부”임을 자각했다. 산속 오지의 자립농 생활은 그가 평생을 추구한 사회주의에 대한 실현으로,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의 모든 행동의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삶의 고뇌에서 나온 근본주의 사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스콧 니어링은 100살이 되는 1983년 8월 24일, 의학적 도움으로 목숨을 연장하는 일반인과 달리 스스로 곡기를 끊었다. 그리고 아내 헬렌이 지켜보는 가운데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죽음을 평화롭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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