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공무도하
지은이 : 김훈
펴낸곳 : 문학동네
이 시대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인 김훈의 장편소설을 처음 잡았다. 공무도하(公無渡河) 이 말은 이 땅의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또는 고교 국어시간에 제목만이라고 달달 외웠던 노래가 아니던가. 제일 오랜 고조선 시대 노래로. 머리가 백발인 미친 남자가 강을 건너려다 익사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한 것이 '공무도하가'다. 책 등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그리고 양장본의 두터운 표지를 넘기자, 여옥의 노래가 실려있다. 님아 강을 건너지 말랬어도/기어이 건너려다 빠져 죽으니/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띠지의 표지 그림은 장경연의 '푸른꽃'인데 내눈에는 수국으로 보인다. 강과 물이 연상되는 꽃 이미지의 차용일 것이다. 표제 '공무도하'는 연필 글씨다. 양장을 감싼 겉표지를 벗겨내자, 속표지는 작가의 육필원고가 인쇄되어 있다. 작가 김훈은 특이하게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써 나간다. 그리고 책의 구성이 파격적이다. 그 흔한 서문하나, 발문 하나 없다. 그리고 책 뒷 표지를 장식하는 동료 문인의 표사 하나 없다. 그리고 장편소설인데도 장 구분이 없다. 달랑 표제인 '공무도하' 한 장으로 구성되었으니, 차례가 필요없다. 300쪽이 넘는 긴 글에 짧은 '작가의 말'이 붙어있을 뿐이다.
김훈의 문장은 내가 보기에 쉽게 읽히지 않는 난해함이 묻어 있는데, 내 놓는 책마다 낙양의 지가를 들썩이게 만든다. 이 또한 나에게는 불가해한 의문이다. 내 책장에는 김훈의 에세이가 몇권 꽂혀 있다. 그리고 작가의 유일한 소설집인 '강산무진'도. 나는 작가의 장편소설을 처음 잡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작가의 장편소설 한두권은 잡았으리라 짐작된다. 역사소설로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과 '개',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등이다. 작가의 대중적 인기가 대단하다. 책을 잡지 않은 나도 그의 소설 전부를 열거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만치. 이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느낀 점은 평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김훈의 소설적 특징 '에세이와 소설의 동어반복'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무도하는 그의 첫 에세이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의 문장과 이미지를 많이 차용했다.
이 땅에서 난립하는 각종 문학상은 경쟁하듯 작가에게 상을 안겨 주었다. '칼의 노래'는 동인문학상, '화장'은 이상문학상, '언니의 폐경'은 황순원문학상, '남한산성'은 대산문학상을. 하지만 나는 작가의 소설이 그다지 탐탁치 않다. 그것은 계급적 시각이 거세된 허무주의적 냉소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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