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지난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 2에 이은 실크로드 3부작으로 완성편이었다. 실크로드(Silk Road, 絲綢之路)는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처음 명명했다. 정통적 실크로드 개념은 독일의 동양학자 알베르트 헤르만이 정의한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400㎞를 가리켰다. 부제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가 일러주듯 '국민가이드' 유홍준은 천산남로의 투르판과 쿠차, 서역남로의 호탄과 카슈카르 그리고 모래 속에 파묻힌 누란(樓欄)의 다섯 오아시스 도시에 발길이 닿거나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을 횡단했다.
갈수 없는 고대 오아시스 도시 누란을 이야기로 풀어가며 저자는 김춘수의 시 「누란樓欄」과 「서풍부西風賦」를 인용했다. 그동안 나의 문학 장르적 편식성은 시보다 소설에 가까웠다. 김춘수의 시 「누란樓欄」을 모태로 삼은 윤후명의 소설 「누란의 사랑」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스웨덴 탐험가 스벤 헤딘에 의해 누란은 150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탐험가는 누란의 멸망을 호수가 남쪽으로 이동한 탓이라고 했다. '방황하는 호수' 로프노르는 1500년을 주기로 제자리로 되돌아온다고 하여 신비로움을 불러 일으켰다.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가 갈라지는 길목의 투르판은 위구르어로 '우물'을 뜻하는 카레즈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최성각의 생태소설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에서 카레즈를 처음 만났다. 투르판은 연간 강수량이 16mm이고, 증발량은 3,000mm 였다. 지상수로가 불가능해 지하에 만든 인공수로가 카레즈였다. 해발 5천 미터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여름에 녹아 흘러내리다 사막 속으로 사라졌다. 우물을 20 ~ 30미터 간격으로 수십, 수백 개를 연결시키면 길이 5 ~ 30 킬로미터의 한 갈래 카레즈가 되었다. 모세혈관처럼 연결된 카레즈를 모두 합치면 5,000 킬로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카레즈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급속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천산산맥의 빙하가 줄면서 지하수의 절대량이 부족했다. 카레즈의 전성기인 1784년 총 연장이 5,272킬로미터에 이르렀고, 17만 2,367개의 우물이 있었다. 2019년 우물은 200개만 남았다.
저자는 표지그림의 탄생 1650주년을 기념하여 1994년 쿠차 키질석굴 앞에 세운 쿠마라지바 동상을 최고의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쿠마라지바(鳩摩羅什, 344 ~ 413)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했다. 그의 불경 번역에 힘입어 불교는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나아가 한국과 일본에 이르렀다.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은 동서 길이 1,000킬로미터, 남북 폭 약 400킬로미터, 면적은 약 33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해 한반도의 1.5배 크기 였다. 남쪽은 곤륜산맥, 북쪽은 천산산맥, 서쪽은 파미르 고원, 동쪽은 고비사막에 둘러싸였다. 달걀 모양의 타림 분지 한 가운데 자리 잡았다. 답사팀은 13시간 40분 만에 쿠차에서 호탄까지 신사막공로를 타고 횡단했다. 답사는 최고 양질의 옥을 가리키는 호탄옥을 소개하고,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이 시작되는 카슈카르의 무스타크봉 아래 '검은 호수' 카라쿠러호에서 대장정을 마쳤다.
“실크로드 답사는 내 답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실크로드 답사 대장정을 마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말이었다. 나는 저자의 광적인 마나아이었다. 출간된 책 전부를 손에 넣거나 읽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편 8권, 북한편 2권, 일본편 4권, 중국편 3권이었다. 나만의 생각일까. 실크로드 답사기 는 무언가 느슨하게 풀어 진 ‘정서의 이완현상’(?)이 느껴졌다. 쪽수에 비해 차안의 강의나 도록 해설, 답사 일행의 잡담(심하게 말하면 저자의 주변 인물 자랑)이 차지하는 분량이 적지 않은데서 연유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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