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대빈창 2020. 12. 21. 07:00

 

책이름 :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지은이 : 노승대

펴낸곳 : 불광출판사

 

앞날개의 저자 노승대(70)의 이력이 이채로웠다. 1975년 서울 송파 불광사를 창건한 광덕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6년 환속했다. 1983년 민속학 개척자 에밀레박물관 조관용 관장께 사사했다. 1993년부터 문화답사모임 〈바라밀문화기행〉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거의 매주 방방곡곡 전국의 사찰 답사를 이어가고 있다.

 

거북 / 호랑이 / 용 / 물고기 / 게 / 수달 / 토끼 / 돼지 / 코끼리 / 사자 / 도깨비 / 장승 / 악착보살 / 야차 / 가릉빈가 / 삼신할미 / 신선 / 연꽃 / 모란 / 포도 / 매란국죽

 

책은 전국 사찰에 장식된 다양한 동·식물과 상상 동물에 대한 상징을 분석한 불교문화 안내서였다. 위 주인공들이 절집에 살게 된 사연은 몇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사자·용·코끼리·가릉빈가는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이 땅 절집에 흘러 들어왔다. 호랑이·도깨비·삼신할미는 우리민족 고유의 신앙으로 불교와의 습합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유교, 도교의 영향으로 매란국죽, 신선들이 법당 벽화나 조각으로 나타났다. 임진왜란 이후 사찰의 전각은 피안의 정토에 이르는 배, 반야용선 개념이 등장했다. 당연히 배는 수중생물(물고기, 거북, 게, 가재 등)과 함께 했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며 민화가 유행했다. 다산을 상징하는 포도, 과거 급제를 뜻하는 갈대를 잡은 게, 달 속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 찧은 토끼, 거북이를 타고 용궁으로 향하는 토끼가 절 안에 들어왔다. 임진왜란·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찰이 불길에 휩싸였다. 화마 방지(수달, 해태, 돼지까지) 동물까지 절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면서 찍거나, 출판사의 도움을 받은 400여 컷의 컬러 사진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전남 영광 불갑사의 법당 기둥을 타고 도망치는 수달을 쫓는 용, 충남 공주 마곡사의 콧구멍을 혀로 후비는 용, 경북 포항 보경사 적광전 신방목의 목사자,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에 숨어있는 금빛 멧돼지 등 도판을 보는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에 장승배기라는 지명이 남은 곳이 전국적으로 1,200여 군데라고 한다. 장승에 새겨진 명문으로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과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 대표적이다. 도교에서 상원上元은 음력 정월대보름으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고, 하원下元은 시월대보름으로 수관水官이 액운을 막아 주는 날이다. 복을 받고 재앙을 막겠다는 의미로 중국 주周나라의 장군과 당唐나라의 장군을 끌어들였다.

용龍의 아홉 아들의 특징을 이해하자, 우리문화의 한 갈래가 훤하게 비추었다. 첫째는 비희贔屓로 몸통은 거북을 닮고 머리는 용을 닮았으며 무거운 짐 지는 것을 좋아한다. 탑비의 귀부는 용의 첫째 아들이었다. 둘째는 이문螭吻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며 불을 끄는데 능력이 탁월하다. 궁궐·사찰 용마루의 치미鴟尾였다. 셋째는 포뢰蒲牢로 바다에 살고 고래를 무서워했다. 한국종 용 모양의 고리가 바로 포뢰였다. 넷째는 폐안狴犴으로 위엄 있게 정의를 지키므로 감옥이나 법정의 문 위에 새겼다. 다섯째는 도철饕餮로 음식에 대한 탐욕이 강해 과도하게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탐욕을 경계하기 위하여 솥이나 그릇에 새겼다. 여섯째는 공복蚣蝮으로 물을 좋아해서 다리의 기둥이나 아치에 새겨 악귀를 막았다. 일곱째는 애자睚眦로 몹시 험상궂게 생긴 얼굴에 죽이는 걸 좋아했다. 칼의 손잡이나 콧등, 창날 부근에 새겼다. 여덟째는 산예狻猊로 불과 연기를 좋아하고 앉아 있는 걸 즐긴다. 불과 연기가 피어나는 향로의 다리에 많이 새겼다. 아홉째는 초도椒圖로 문을 닫고 숨는 것을 좋아한다. 문고리에 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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