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펴낸곳 : 문학동네
작가 김영하를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2019)를 통해 20여 년 만에 만났다. 인기 작가답게 군립도서관의 책은 항상 대여 중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도서 대출 상황이 나의 손에 책이 들려지는 시간을 앞당겼는지 모르겠다. 책장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작가의 책을 꺼냈다. 소설집 『호출』(문학동네, 1997)과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문학과지성사, 1999) 그리고 산문집 『포스트 잇』(현대문학, 2002) 세 권이었다. 작가가 책을 펴낼 때마다 소가 바람결에 귀를 쫑긋거리듯 나는 미세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첫 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빛의 제국』, 『검은 꽃』, 『살인자의 기억법』 까지.
책은 모두 9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다. 첫 글 「추방과 멀미」는 2005년 12월, 『빛의 제국』을 집필하려 소설가는 중국 상하이에 한 달 체류 일정으로 입국했다. 비자를 만들지 않아 하루 만에 상하이 푸등 공항을 통해 당일 저녁 비행기로 추방당했던 사건에서. 마지막 글 「여행으로 돌아오다」는 아프리카 대륙이 대영제국의 식민지이던 시절이었다. 마사이 족장의 총명한 아들이 세계 최강대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유학을 했다. 몇 년 만에 돌아온 유학생은 유목민 부족이 머문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아들의 고생담을 듣고 족장은 이렇게 탄식했다. “배우기는커녕 바보가 되어 돌아왔구나. 자기 부족도 못 찾아오는 천치를 어디다 쓴단 말인가?” 까지.
7번째 챕터 「아폴로 8호에서 보내 온 사진」은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가 달 표면에서 떠오르는 컬러사진 이었다. 지구는 우주의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떠 있는 작고 외로운 푸른 구슬에 불과했다. 작가는 생각했다.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139쪽) 책은 여행지의 사진을 싣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여행담이 아니었다. 여행이 지닌 여러 측면을 챕터 별로 짚어보는 ‘여행론’이었다. 작가가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인가’(212쪽)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구하는 형식이었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트로(Homo Viator) - 여행하는 인간’이라 칭했다. 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해외여행을 떠난 전 세계 인구는 13억 2,200만 명이라고 한다. 얼치기 생태주의자는 여기서 누군가의 말을 떠올렸다. “인간이 멸종이 가까워지면 아무 의미 없이 여행을 떠나는 자들로 지구는 넘쳐날 것이다.” 책은 yes24 독자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책' 이었다. 독자들의 온라인 투표를 통한 집계에서 2019년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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