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체수유병집

대빈창 2021. 2. 8. 05:11

 

책이름 : 체수유병집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김영사

 

체수滯穗는 낙수, 유병遺秉은 논바닥에 남은 벼이삭을 뜻한다. 『시경詩經』 대전大田에 ‘저기에도 남은 볏단이 있고, 여기에도 흘린 이삭이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고전학자 정민은 추수 끝난 들판에서 여기저기 떨어진 볏단과 흘린 이삭을 줍듯, 그동안 수십 권의 책을 펴내면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 50편을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말했다. “한 편의 글마다 그 시절의 표정과 한 때의 생각이 담겨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문화의 안목’은 삶의 단상과 문화에 대한 생각으로 저자의 독서법, 온 몸으로 체험한 독서의 즐거움을 보여주었다. 다산茶山은 제자 황상黃常에게 글을 써 주었다.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은 남이 그를 올려주고, 스스로를 높이는 사람은 남이 그를 끌어 내린다. 이 말은 마땅히 죽을 때까지 외우도록 해라” 2부는 ‘연암과 다산’으로 우리나라 고전작가 중에서 단 한 사람의 문호를 꼽으라면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의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 - 1805)을 들었다. 옛 사람 중에 생각을 잘 경영해서 힘 있는 삶을 산 사람을 하나 꼽으라면 강진 18년 유배동안 500권의 책을 저술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 - 1836)을 꼽았다.

3부 ‘옛 뜻 새 정’은 옛 일로 지금을 비춰 본 짧은 글들이 실렸다. 원효(元曉, 617 - 686)의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조선화가 최북崔北의 호 거기재居其齋, 조선 중종 채수蔡壽의 『설공찬전薛公瓚傳』, 신라 28대 경문왕의 장광설長廣舌, 조선 정조 재상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의 풍모,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1547 - 1634)의 좌우명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견주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한다”, 당나라 이상은李商隱의 『잡찬雜纂』의 살풍경殺風景, 민간 도교 수경신守庚申 신앙, 강이천姜彛天(1768 - 1801)의 『이화관총화梨花館叢話』, 유득공柳得恭(1748 - 1807)의 관상용 비둘기 사육서 『발합경鵓鴿經』, 신라 사천왕사의 문두루文豆婁 도량, 박지원의 「호질 虎叱」과 「호곡장론 好哭場論」, 이기양의 목화를 앗는 기계 박면교거剝綿攪車, 중국에서 출간된 『동의보감 東醫寶鑑』, 그리고 성어成語로 물색物色, 완벽完璧, 낭패狼狽, 낭자狼藉, 단장斷腸, 유예猶豫의 뜻풀이.

4부 ‘맥락을 찾아서’는 변화의 시대, 인문학의 위기를 맞아 고전에서 의미를 찾는 긴 호흡의 글 4편이 실렸다. 고전을 공부하는 저자에게 큰  영향을 준 3인은 권필, 박지원, 정약용이었다. 석주는 삶의 태도와 매서운 성정으로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정신을, 연암은 생각의 방법과 생각의 힘이 갖는 위력을, 다산은 문제를 해결하는 온갖 과정을 꼼꼼하게 제시하는 방법을 배웠다. 고전인문학자는 “같지만 달라야 한다”는 상동구이尙同求異를 강조했다. 즉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통해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부록으로 대학 새내기들에게 전하는 촌철살인의 메시지 두 편를 마무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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