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대빈창 2021. 2. 10. 07:00

 

책이름 : 아름다운 우리 도자기

지은이 : 윤용이

펴낸곳 : 학고재

 

미술사학자 윤용이(1947 - )의 도자기 글을 접할 수 있는 나의 독서편력이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책은 〈학고재 신서 8〉로 1996년에 초판이 나왔다. 근 25여년 만에 책술에 뽀얗게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손에 펼쳤다.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유물에서 도자기는 10만 여점으로 무려 30 -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책은 한 시대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도자기의 세계를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썼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우리 도자의 세계’는 우리 도자기에 나타난 역사적·미술사적 특색을. 2부 ‘우리 도자의 이해’는 청자, 분청자, 백자의 성립·발전과 미적 특수성 그리고 도자기 용어 해설을. 3부 ‘질그릇의 세계’는 고려·조선의 질그릇의 변천과정을 설명했다.

도자기陶瓷器는 원래 도기와 자기라는 두 유형으로 따로 지칭하던 것을 현대에 이르러 합쳐 부른데서 기인한다. 도기陶器는 도토陶土를 1,000 ~ 1,100의 온도로 구운 것이고, 자기瓷器는 자토瓷土를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것을 가리켰다. 기본적으로 도기와 자기는 흙이 다르다. 도토陶土로 자기瓷器를 구울 수 없었다. 유약(釉藥, Glaze)은 흔히 잿물灰釉이라고 부르는데, 회유는 고온에서 흘러내려, 여기에 장석長石이나 석영石英을 갈아 넣은 장석유長石釉를 사용하는 것이 청자, 백자 유약의 기본이다. 토기라는 용어는 우리글로 질그릇으로, 한자로 도기陶器라고 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였다.

임진왜란을 일본은 ‘도자기 전쟁’이라 불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수백 명의 사기장들을 납치하고, 수십 년간 쓸 백토를 약탈했다. 일본의 초기 도자기는 백토, 기술, 사기장 등 모두 조선의 것이고, 불만 일본의 것이다. ‘히바카리’란 이름은 ‘불뿐만’이라는 뜻이다. 선조 30년(1597)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80여 도공이 일본에 끌려갔다. 이들이 20년 만에 찾아낸 백토가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사쓰마 도자기의 근간이 되었다. 심수관沈壽官은 심당길沈當吉의 후손으로, 현재 15대 심수관이 대를 이어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도공 이삼평李參平은 충청 금강 출신이었다. 그는 아리다 가미시라가와의 이즈미야마泉山에서 백자광白瓷鑛을 발견하고, 덴구다니 가마를 열었다. 1616년 전후로 일본 백자(아리타 자기)의 시작이었다. 일본 자기는 나가사키長岐항을 떠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조선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는 1650년 이후 1백년간 유럽에 수출되었다. 현재 유럽에 100만점이 넘는 일본 자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12 - 13세기에 이르러 천하제일의 비색翡色 청자가 만들어지면서 고려 청자는 황금기를 맞았다. 이 말은 송나라 사절로 온 서긍(徐兢, 1091 - 1153)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비롯되었다. “도기의 색이 푸른 것을 고려인들은 비색翡色이라고 한다. 근래에 들어와 제작이 공교해지고 광택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술항아리酒尊의 형태는 참외 모양과 같은데 위에는 연꽃 위에 오리가 엎드려 있는 모양의 작은 뚜껑이 있다.” 표지그림은 배경은 김희겸의 <화접도>이고 도자기는 조선시대(18세기 전반)의 <백자 달항아리>다.

마지막은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의 『혁상인능파정기赫上人 凌波亭記』의 한 구절이다. "실로 그들 고려인들의 상하에 일색으로 물들인 사상 감정은 바로 무상無常의 감感이요, 허무虛無의 감이다. 유구한 대자연의 마음을 생각할 때 그것은 영원한 정적 그것이다. 차별 세계의 소란스러운 들끓음은 대해大海 표면의 파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현세를 믿지 않고 유구한 정적을 동경한다. 청자는 그들의 '파란꽃'이다. 이 선禪과 마음이 통하는 것은 또 선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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