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지은이 : 마빈 해리스
옮긴이 : 서진영
펴낸곳 : 한길사
책은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 - 2001)의 『문화의 수수께끼』의 속편이었다. 전 세계의 기이한 음식문화의 비밀을 밝혀냈다. 힌두교도의 암소 숭배, 유대인과 이슬람교도의 돼지고기 기피, 유럽과 미국의 말고기 선호의 부침, ‘완전식품’ 우유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 벌레를 선호했던 인류의 선조, 애완동물의 고기, 전쟁 식인풍습, 임산부 금기 음식·안구건조증과 기아의 상관관계 등 식충부터 식인, 특정 동물의 숭배와 혐오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를 소개했다.
힌두교도가 암소를 숭배하는 것은 암소는 우유를 생산하고, 수소는 인도 북부의 딱딱한 땅을 쟁기질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소똥을 거름이나 난방용 연로로 쓴다. 인간이 먹지 않는 왕겨, 풀을 먹는 소는 인간과 경쟁하지 않았다. 소를 도축하지 못하므로 소 값도 싸다. 인도의 환경은 소를 죽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유대인과 이슬람교도가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것은 중동의 사막 환경에 기인한다. 건조 지역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은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돼지의 먹이는 인간과 겹쳤다. 오늘날 이슬람교의 지리적 한계는 돼지를 기르기 좋은 숲 지역과 너무 덥고 건조해 돼지 기르기가 힘든 지역의 생태학적 변이 지역과 일치했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도 바르도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맹비난했다. 개고기를 먹는 지역은 가축이 부족하거나 식량으로 개가 중요한 경우였다. 하와이나 오세아니아의 작은 섬나라들은 개고기를 즐겼다. 캐나다 에스키모 하레인들은 개고기 먹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사냥을 하는데 있어 개의 공헌은 절대적이었다. 하레인 사냥꾼은 한 해의 겨울과 봄 동안에 개들과 2,400마일을 이동했다. 유럽인과 미국인에게 곤충과 벌레는 혐오동물이다. 가축이 없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없었던 북미 인디언은 메뚜기를 먹고 나방 번데기를 저장했다. 인도의 암소 숭배와 중동의 돼지고기 금기에서 알 수 있듯이 먹기에 적당하지 않은 것은 천한 것이 되거나 성스러운 것이 되었다.
뉴기니 고원의 포레족 여자들은 죽은 시체의 살을 발라 먹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원주민 투피남바족, 후론족, 이로코이족은 전쟁 식인풍습이 있었다. 문화인류학자에게 비합리적이고 원시적이라고 비난받는 식인풍습도 비용과 이익의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었다. 부족들은 인간고기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전쟁의 부산물로 인간고기를 얻은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말했다. “인간의 고기가 먹기 나쁘게 된 것은 브라만들이 쇠고기 먹기를 그만두고 미국인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와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저개발국가의 원조 식량으로 ‘완전식품(?)’ 우유를 선택했다. 가난한나라 사람들은 복통과 설사가 난다고 우유를 대놓고 불평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관대함이 무시당하자 분개했다. 1965년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내과연구팀은 우유가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포유동물의 젓에 들어있는 락토우즈가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락타아제 효소의 도움을 받아야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었다. 백인 성인의 20%, 흑인 성인의 75%가 결핍된 효소였다. 모든 포유동물이 그렇듯이 성인의 락타아제 결핍은 오히려 인류에게 ‘정상’이었다. 락타아제 효소를 가진 비정상인들은 반추동물 가축의 젓을 먹은 오랜 역사를 가졌다.
현대 진화론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커진 이유로 단백질 섭취를 들었다. 인류는 기원전 200만 년 전부터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백질 흡수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 결정적 요인이었다. 마빈 해리스는 인간은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각자의 환경에 적응,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한 문화권의 금기 음식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대중 음식이기도 했다. 문화권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었다. 문화유물론의 시각에서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은 인간이 생태계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어지는 생물학적 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