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래서 산에 산다
지은이 : 최성현
펴낸곳 : 시루
자연주의자 최성현은 스물여덟이 되던 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던 그는 주저 없이 산으로 향했다. 1988년 충북 제천 천등산 박달재에서 그의 산 생활이 시작되었다. 책은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었다. 벌써 십오 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초판본 『산에서 살다』(조화로운삶, 2006)를 잡으며 반농반X의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삶에 나는 박수를 쳤다. 내가 부러워하는 삶이었다. 초판본과 개정판의 표지그림은 같은 집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단 한 채의 집은 방 두 개에 부엌이 하나였다. 초판본이 낙엽을 떨 군 헐벗은 나무에 둘러싸였다면, 개정판은 신록이 무성한 아름드리 밤나무가 에워쌓은 오두막이었다. 책은 초판본에서 몇 편의 글을 덜어내고, 그보다 많은 새 글을 실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산에 사는 바보’는 산골 텃밭에서 바짓가랑이에 붙어 서울까지 따라 온 주름조개풀, 배추흰나비·산토끼·사람이 나눠 먹는 배추밭 세 필지, 발탈곡기 벼타작, 참석자마다 한 가지 음식을 가져와 벌이는 추수감사제, 잡초라는 언어가 없는 원주민 부족, 식량 자급농사의 안심감, 원시적 뒷간은 위생적 용변 처리소, 지게질이 좋은 것은 느린 속도, 무엇이든 존중하는 아이누(일본 원주민)의 세계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대지는 어머니라는 자연관.
2부 ‘밭에는 흙, 얼굴에는 미소’는 여름 철새 벙어리뻐꾸기의 귀환, 손 연장의 조용함, 겨울나기 묵나물 만들기, 죽으면 자신의 몸을 곤충·새·짐승의 밥으로 주는 아마존 원주민 누아르족, 손님은 한울님, 원시부족과 동물에게서 자연을 보는 태도를 배워야만 하는 현대인, 〈화보〉‘더 바랄게 없는 산속의 삶’은 5컷의 산골에서의 일과 풍경을 담았다. 그렇다. 자연주의자 농부는 세상 어떤 부자보다 풍족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3부 ‘땅이 웃는 날’은 아궁이 불· 동짓날의 단상, 욕심을 버리게 만드는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산길, 곤줄박이 노래를 알아듣는 기쁨, 생산성이 왕성한 다래, 바다 깊이 300미터에서 500미터 사이에 존재하는 소리통로, 시인 야마오 산세이(농부는 『여기에 사는 즐거움』외 산문집 번역), 톨스토이의 돈이 필요없는 『바보 이반의 나라』, 좋은 하루는 아무 일 없는 하루.
4부 ‘친구들’은 날 줄 알면서 기어 다니는 쌀바구미, 밤을 까다 떨어뜨리는 청설모, 집쥐와의 동거, 짝짓기 하는 메뚜기의 집념, 단순한 삶의 뱀, 고통주는 흡혈파리에 대한 비폭력, 멧돼지를 만났을 때 위기 극복하는 법, 밥상에 날아드는 땅벌, 멧비둘기 소리의 명상, 왕소등에가 주는 고통, 작고 느린 몸의 진드기, 애벌레를 입에 물고 노래하는 노랑턱멧새, 태풍이 데려 온 고추잠자리, 작은 새(곤줄박이, 박새)의 집짓기, 죽음을 무릎 쓴 말벌의 집 지키기. 5부 ‘ 봄여름가을겨울’은 1일1엽서 쓰기와 시13편, 하이쿠 15편이 실렸다.
책은 1988년 3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20년 5개월의 산의 품에 안겨 살고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농법은 땅을 갈지 않고 풀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경작 방식이었다. 말그대로 무농약·무비료·무제초·무경운의 자연농법이었다. 1000평의 땅에 주곡 벼농사와 콩, 수수, 녹두, 팥, 옥수수, 보리, 호밀 등 잡곡 농사와 감자, 고구마, 야콘, 땅콩, 배추, 무, 파, 오이, 호박, 고추, 부추, 들깨, 수박, 참외, 오크라, 딸기, 가지, 토마토, 토란과 산야초와 유실수를 키웠다. 자연주의자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말했다. “세상에서, 혹은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먹는 것을 먹고, 가장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아도 좋다고 여기는 자리까지 가면 좋다. 그것이 편하고 미래도 밝다. 환경과 나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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