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습정習靜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김영사
한문학 문헌에 담긴 전통적 가치를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고전 인문학자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 시리즈의 다섯 번 째 책이었다. .『일침』, 『조심』, 『석복』,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습정』. 초판 1쇄 발행일이 2020. 2. 20. 이었다. 『습정習靜』은 침묵과 고요를 익힌다는 의미였다. “말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고, 침묵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다. 때문에 침묵을 안다 함은 말할 줄 아는 것과 같다.” 『순자荀子』의 한 구절이다. 저자는 ‘침묵이 주는 힘, 고요함이 빚어내는 무늬를 잊어버린 세태에 안타까움을 느껴, 고요히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모았다.
첫 꼭지 明나라 여곤呂坤의 『신음어呻吟語』에 말한 ‘침정신정沈靜神定 - 차분히 내려놓고 가라앉혀라’에서 마지막 꼭지 강재항姜在恒(1689-1756)의 시詩 「현조행玄鳥行」에 나오는 ‘극자만복棘刺滿腹 - 사물을 보며 마음 자세를 가다듬다’까지 1백편의 옛글을 모았다. 100편의 글은 세상의 파고에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마음을 지키는 법에 대한 1부 〈마음의 소식〉, 늘 반듯한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2부 〈공부의 자세〉, 3부 〈세간의 시비〉, 4부 〈성쇠와 흥망〉에 25편씩 나뉘어 실렸다. 고요히 자신과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네 글자 행간에 담았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부터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지, 고전 인문학자의 풍부한 식견과 정치한 언어가 빛을 발했다.
표제 습정習靜은 신흠申欽(1566 -1628)의 시詩 「우감偶感」,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1563-1628)의 시 「무제無題」, 이정귀 李廷龜(1564-1635)의 시詩 「해海 스님의 시축에 적힌 시를 차운하다次題海師軸上韻」, 정약용이 이승훈 李承薰(1756-1801)에게 보낸 답장에서 말했다. ‘일슬지공一膝之工-공부는 무릎과 엉덩이로 한다’를 읽으며 나는 소설가 황석영을 떠올렸다. 그는 말했다. “소설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김간金榦(1646-1732)은 공부하러 간 산사에서 7개월 동안 허리띠도 풀지 않고 눕지도 않고 공부만 했다. 丁若鏞(1762-1836)은 두 무릎을 딱 붙이고 공부하느라 튀어나온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 양연梁淵(1485-1542)은 왼손을 꽉 쥐고서 문장을 이루기 전에 손을 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몇 해 뒤 과거에 급제하고, 왼손을 펴려하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가 펼 수가 없었다.
나의 눈길이 오래 머문 꼭지는 ‘주옹반낭酒甕飯囊’과 ‘성일역취醒日亦醉’였다. ‘배는 밥구덩이(飯囊)이고, 장은 술주머니(酒甕)’로 사람이 허우대만 멀쩡해서 하는 일 없이 밥이나 축내고 술집에서 기염을 토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일역취醒日亦醉’는 술 마시는 일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로, 『상산록象山錄』에 “술을 즐기는 것은 모두 객기다. 세상 사람들이 잘못 알아 맑은 운치로 여긴다. 이것이 다시 객기를 낳고, 오래 버릇을 들이다 보면 술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끊으려 해도 끊을 수가 없으니 진실로 슬퍼할 만하다.”고 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5. 1. 노동절에 시작한 금주禁酒를,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온전히 이겨냈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도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이제 나의 남은 생에서 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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