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부동산 계급사회
지은이 : 손낙구
펴낸곳 : 후마니타스
90년도 겨울. 나는 안산 고잔동에서 지하방 생활을 하며 안산공단의 ○ ○ 약품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해 나는 한 사건을 접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내 조국이 부끄러웠다. 서울 마포의 지하방에서 다섯살 혜영이와 네살배기 영철이 어린 남매가 불에 타 죽었다. 맞벌이 영세서민 부부는 출근하면서 유괴가 판치는 사나운 세상에 어린 것들을 내놓을 수가 없어 밖에서 문을 잠글수 밖에 없었다. 부부는 충남 계룡에서 농사를 짖다가 가난에 못이겨 상경했다. 아빠는 경비원, 엄마는 파출부로 가난한 삶을 꾸려나갔다. 어린 남매는 매일 갇혀 지내는 나날이 지루했을까, 아니면 늦겨울 냉기가 지하방 벽을 타고 스며들자, 따듯함이 그리웠을까. 성냥을 갖고놀다 비키니 옷장에 옮겨 붙은 불길이 화재의 원인이었다. 퇴근후 방문을 연 엄마와 아빠는 울음도 나오지 않는 눈물만 끊임없이 흘렸다. 혜영이는 방바닥에, 영철이는 옷가지에 코를 묻은 채 질식해 숨져 있었다. 나는 그때 퇴근후 지하방에 돌아오면 그 사건을 노래한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테이프를 몇번씩이나 들으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이 썩어빠질 세상은 당연히 뒤집어 엎어야만 했다. 이 책에서는 이 땅의 부동산 계급을 6단계로 구분했다. 6계급은 '부동산 극빈층'으로 지하, 옥상, 비닐집, 쪽방, 동굴, 움막 생활자들을 가리킨다. 다리가 부러져 시골로 낙향하기 전까지 나는 '부동산 극빈층'생활을 4년정도 했다. 앞선 글에서 얼핏 비쳐듯이 안산 고잔동과 개봉역 부근의 연립 지하방 생활은 인간적 존엄성은 고사하고, 알량한 품위유지마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생활 환경이었다. 꺼내놓기 부끄러운 추억 한가지만 소개한다. 개봉역 지하방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후배 두명의 옥바라지로 돈이 몹시 필요했다. 한명은 의왕시 포일동의 서울구치소, 한명은 개봉역 후문의 영등포구치소에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다. 사식비는 고사하고, 영치금 3만원과 읽을 책 3권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했다. 인력시장의 소개비 5천원을 제하면 노가다 잡부인 나의 하루 일당은 3만5천원이었다. 그것도 매일 일이 있으면 괜찮지만, 가뭄에 콩나듯 걸리는 일거리가 영 시원치 않은 어느 무더운 복중날, 재수좋게도 수당이 곱배기 일이 걸려 들었다. 3층 건물 옥상 난간의 아케이드 설치공사였다. 폭좁은 난간에 올라 목수의 손에 자재를 건네주는 서커스 수준의 난공사였다. 긴 여름해가 꼬리를 떨어뜨리자 나는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지하방으로 돌아왔다. 땀으로 목욕을 하고 거기다 찬물을 급하게 들이킨 속은 연신 아우성을 내질렀다. 일을 마치고 저녁쌀을 앉힐 기력도 없이 누워있는데, 화장실의 변기가 오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닌가. 모터 고장으로 배설물이 역류를 한 것이다. 참! 글로 표현하기도 뭐하다. 이어지는 사건은 뻔하지 않은가. 자신의 배설물과 함께 뒹구는 돼지우리의 삶보다 나을 것이 없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어느 지하 생활자의 하루였다.
이 책은 '통계의 계급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손낙구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국회의원의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의정활동 자료로 부동산 통계 수치를 기를 쓰고 수집한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 부동산 자료는 국가안보 기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읽는 한국사회의 키워드는 '부동산'이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닌 교육과 학력, 건강과 수명, 불평등과 빈곤, 노동쟁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경제의 미래, 정치 부패, 인사 부정, 재벌 비리 등이 모두 부동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즉 이 땅의 부동산 문제를 알면 한국사회의 병통을 바로 짚어낼 수 있다. 이 땅에서는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는 부동산 자산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그러기에 MB 정권은 '강부자' 정권으로 규정된다. 그럼 이 땅의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맛보기 통계 몇 개를 들춰보자. 한국을 팔면 100배 크기의 캐나다를 여섯번 살 수 있다. 한국의 제일 집부자는 1,08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국토의 1/200인 서울이 전체 땅값의 1/3인 1,018조원어치다.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두채를 5년전에 6억에 분양받아 30억에 양도한 k씨의 양도소득세는 단돈 0원이었다. 자랑스럽게 이 땅의 투기에 노출된 국토면적은 70%다. 한 가정의 총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한민국은 놀랍게도 89%였다. 가히 부동산 불패신화의 대한민국이다. 더 웃기는 것은 2002년도에 이 땅은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어섰다. 그런데 무주택 가구가 841만 가구로서 50.3%를 차지한다. 도대체 한국은 정부가 존재하는 국가인가. 간단하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정권까지 장악한 갈데까지 간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동산 통계다. 여기서 '땅은 소수의 부유층이 독점할 수 없는 고도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띠고 있으며, 일반 상품처럼 시장에 맡겨 둘 경우 투기와 불로소득의 사유화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 된다'는 부동산의 사회적 공공성을 떠드는 것은 개소리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정권을 장악했는데 자기 살을 도려낼 수 있을까. 하긴 부동산에 관한 한 이 땅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small 이명박' 일지도 모른다. 내가 주문도에 자리잡자,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인사말이 바로' 땅 좀 사 놨어' 이다. 그리고 친분을 과시하면서 나에게 땅과 주택 거간꾼이 되기를 강요(?)한다. 오히려 잘 안다는 사람일수록 부탁이 노골적이다. 그렇다. '집이 남아도는 시대에 집 없는 시민이 넘치는 대한민국'은 부동산에 미친 부동산 공화국이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며, 조선일보를 매개로 소통하는 이 땅의 땅투기꾼인 '사유재산 절대주의자'들이 마침내 정권까지 장악한 참 유별난 괴물의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