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식물도감

대빈창 2010. 6. 27. 09:16

 

 

책이름 :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지은이 : 전의식 외

그린이 : 이태수외

펴낸곳 : 보리

 

출판사 '보리'하면 나는 윤구병 교수부터 떠오른다. 나의 되새김글에서 심심치않게 가끔 얼굴을 들이민 이가 전직 철학과 교수이면서, 농사꾼이 무슨 대단한 직업(?)인 양 뻑하면 프로필에 '농부'를 대문짝만하게 맨 앞에 박아넣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아웃사이더다. 윤구병 교수는 이 땅에서 어깨에 힘줄수 있는 평생 직장인 교수직을 스스로 팽개치고 변산에 공동체를 꾸렸었다. 그때 나는 '잡초는 없다'라는 책을 눈동냥했다. 그리고 얼마전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책씻이하고는 출판사 '보리'를 다시한번 쳐다보게 되었다. '보리'는 1988년 윤구병 선생이 주축이 되어 꾸린 출판기획사다. 그러니 어언 20여년이 넘어섰다. '보리 국어사전'을 펴내 이 땅의 어린이에 대한 진한 애정을 과시하더니,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도감을 펴내 그 부지런함을 인정받게 되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도감으로 식물과 동물 편이 있다. 한 나라의 책문화를 가름하는 잣대는 사전과 도감의 편찬이다. 문화선진국의 도감을 보면 크기와 종류의 다양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세밀화로 각종 식물이 지닌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냈고, 그 생명력을 옹골차게 담아냈다고 평가 받는다. 이제야 이 땅에도 어린이들이 가슴에 품고 다닐 수 있는 어엿한 도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전학년, 전과목에 실려있는 160가지의 식물을 꼼꼼하게 세밀화로 그린 식물도감이다. 논밭에서 기르는 식물, 꽃밭에서 기르는 식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 물에서 사는 식물, 바닷속에서 사는 식물 이렇게 5장으로 구분되었다. 여기서는 책을 읽어나가다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끄덕거린 부분에 대해 나의 어줍잖은 생각을 덧붙인다. 호박 편에서 '울릉도에서는 호박으로 엿을 고아 먹는다'고 설명했다. 아마! 울릉도호박엿의 명성이 일으킨 착오일 것이다. 실제로 울릉도 호박엿은 '울릉도 후박엿'이 와전된 것이다. 후박나무의 나무껍질은 향료의 원료로 이용되는 귀한 나무다. 울릉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박나무군락지가 많다. 그것은 깍아지른 절벽에 자생하기에 사람의 손을 덜탔기 때문이다. 지금도 후박나무는 그 두툼한 껍질을 한약재로 이용하고 있다. 괭이밥 편에는 수면운동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뜨거운 한낮에는 잎이 쫙 펴져 있지만, 흐리거나 밤에는 잎을 오므리는 식물의 성질을 가리킨다. 나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수면운동을 하는 식물에는 괭이밥을 비롯해 땅콩, 자귀나무도 해당된다. 그렇다. 오늘처럼 부슬비가 내리면 텃밭의 땅콩은 마주난 잎사귀를 무슨 짝짝이처럼 서로 마주대 잎 앞면이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 편에는 종류를 소개하면서 적송, 금강송, 춘양목이라 했는데 내가 알기에 춘양목은 소나무의 품종이 아니다. 흔히 양백지방(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자리잡은 경북 북부와 강원 남부지방)이라 일컫는 곳은 질좋은 소나무 산지로 유명하다. 그 소나무들은 50년대 중반 경북 내륙 봉화의 인근 춘양역에 집산시켰다가  전국 각지로 운송하였다. 즉 소나무의 출발역을 딴 별칭인 것이다. 그리고 쑥을 설명하면서 약으로 쓰는 쑥은 강화도에서 나는 것을 제일로 친다고 하였다. 그렇다. 그 쑥은 사자발쑥으로 생김새가 사자발을 닮은데서 유래한다. 동의보감에는 '獅子足艾'로 표기되었다. 그리고 아까시나무에 대한 올바른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어렸을 적 따먹던 조롱조롱 매달린 흰 꽃 무더기의 올바른 이름은 아까시꽃이다. 어쩐일인지 이 땅에서는 아카시아 나무로 불린다. 츄잉껌의 상호도 '아카시아'로 오류가 심각하다. 원래 아카시아 나무는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다행이다. 이 책을 잡는 어린이들은 앞으로 아까시와 아카시아를 혼동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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