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최대의 풍경

대빈창 2021. 4. 2. 07:00

 

책이름 : 최대의 풍경

지은이 : 심호택

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故 심호택(1947 - 2010) 시인의 시집을 두 권 째 잡았다. 생태사상가 김종철(1947 - 2020) 선생의 글을 찾다 시인을 만났다. 시인은 선생과 동갑나기로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향년 63세로 타계했다. 1991년 《창작과비평》에 「빈자의 개」 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인은 43세에 늦깎이로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운 좋게 세 권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 첫 시집 『하늘밥도둑』, 두 번째 시집 『최대의 풍경』, 유고시집 『원수리 시편』은 모두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시집은 5부에 나뉘어 65시편이 실렸다. 발문은 문학평론가 김종철의 「기억의 뿌리를 향하여」였다. 며칠 전 생태사상가의 두 번째 문학비평집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을 책씻이했다. 글은 비평집에도 실려 있었다.

 

할머니 말씀은 노상 / 노다가 목마르거든 옥순네 집으로 가거라 ― / 물으 한 그릇 청해 주시오 하거라 ― / 그 말씀이 마냥 가소로웠다 / 해해해 / 싫어 싫어 청해 주는 게 또 뭐여 !

 

「나승개밭」의 2연이다. 문학평론가는 말했다. 물의 마음을 헤아려 삼가 청을 드리는 것은 시인의 할머니 한 분의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 세대는 이런 생각을 샤머니즘의 찌꺼기로 무시하는 어리석음에 빠져들었다. 온갖 생명과의 공생관계에 대한 본능적인 인식, 모든 생명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통찰은 인간의 삶을 위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었다. 그렇다. 어머니는 눈에 뜨이는 모든 사물과 현상에 인성人性을 부여하셨다. 심각한 생태적 위기가 닥치고서야 어리석은 인류는 이제 깨닫기 시작했다.

1부 끝시가 『최대의 풍경』이었다. 나는 시인의 후기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사소한 세상사가 이미 기적이라 잊을 수 없는 일마다 최대의 풍경이다.” 시인은 질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대지적 상상력과 잃어버린 농촌공동체의 유기적 삶을 노래했다. 시편들은 우리 이웃과 자연을 향한 애정 어린 눈길로 가득했다. 시집의 마지막 두 번째 시 「먼 불빛」(112쪽)의 전문이다.

 

화롯가에 붙어앉아 / 물 건너는 개마냥 턱을 치켜들고 / 옛날얘기 듣던 밤 / 문풍지가 푸르릉 울고 / 양철 차양으로는 싸락눈이 / 싸르릉싸르릉 몰렸다 / 에구에구 / 이노무 강아지 기침을 하니 어쩌나 ― / 그런 소리가 또 좋아서 / 할머니 눈치 살피며 콜록콜록 / 억지 기침도 짜내었던가 / 아득하여라 나어린 이마 어루만져주던 / 갈라터진 갈퀴손 / 담뱃진 노린내 잔뜩 찌든 / 다사롭던 그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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