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언젠가, 아마도
지은이 : 김연수
펴낸곳 : 컬처그라퍼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모으기로 했다. 내가 여행한 나라의, 해당연도에 맞는 판본만, 그렇게 해서 나는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그 나라의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사곤 했다.”(223 - 224쪽)
소설가 김연수의 첫 여행 산문집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2013년 - 2017년까지 연재한 글과 새롭게 발표한 8편을 더해 엮은 책이다. 첫 꼭지 「여수에서는 군침이 돈다」는 깊은 밤 싼 값에 술을 마실 수 있는 여수 교동시장의 포장마차를, 마지막 꼭지 「모든 게 끝났으니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는 여행자란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까지. 3 - 5쪽의 짧은 산문 58편은 독자가 부담 없이 책갈피를 넘길 수 있었다.
소설가의 발걸음은 국내에 여수, 진주, 경주, 순천, 부산, 보성. 해외는 태국 끄라비 아오낭 해변, 몽골 초원의 게르, 하얼빈 중앙대가 북한식당, 상트페테부르크의 문구점, 베트남 하노이, 일본 나가사키 스시집, 도쿄 로봇기 한식당, 보수 동네 진보초, 중국의 실크로드. 그리고 두바이 공항의 환승구역, 이란 이스파한, 니샤푸르, 독일 밤베르크, 아프리카 레소토, 사막도시 라스베거스, 스페인 그라나다 알람브라, 스페인 살라망카 대성당, 포르투갈 리스본, 프라하의 카프카 작은 집필실에 닿았다.
마크 밴호네커의 『비행의 발견』, 리처드 와이릭의 『너의 시베리아』, 외젠 다비의 『북호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여행 가방에 챙겼다. 소설가는 ‘여행이란 낯선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자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 나를 둘러싼 풍경만 낯설고 새로운 게 아니라 그 풍경 속의 나 역시 낯설고, 새로운 존재, 즉 이방인이다.”(255쪽)
시베리아 흑연이 유명한 것을 떠올리고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에서 지나친 문구점을 되돌아가 연필을 손에 넣고 그는 행복했다. 소설가는 여행지에서 연필을 사 모았다. 그에게 소박한 꿈이 있었다. 제주 협재 바닷가에 문구점 〈필시筆詩〉를 여는 것이다. 가게는 시집과 연필과 공책을 반드시 묶음으로 판다. 자작시를 써오는 이에게 연필 한 자루를 주고, 시는 문구점 벽에 붙인다. 벽이 다 차면 천장에 그리고 백사장에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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