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얼굴, 한국인의 낯

대빈창 2021. 4. 26. 07:00

 

 

책이름 : 얼굴, 한국인의 낯

지은이 : 조용진

펴낸곳 : 사계절

 

내 책장에는 오래 묵은 저자의 책 세 권이 있다. 『東洋畵 읽는 법』(집문당, 1989), 『서양화 읽는 법』(사계절, 1997), 『얼굴, 한국인의 낯』(사계절, 1999). 조용진(趙鏞珍, 1950 - )은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가톨릭대에서 인체해부학을, 일본 동경예술대학에서 미술해부학을 연구했다. 그가 걸어간 학문적 발자취가 책에 담겼다.  『얼굴, 한국인의 낯』은 해부학적 시각으로 바라 본 한국인의 얼굴 특징과 변천과정, 얼굴과 문화의 관계를 추적한 ‘얼굴학’이었다. 한국인 얼굴 변화의 역사를 해부학적·사회 문화적 배경으로 설명했다. 

2만5000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1만5000년 간의 빙하기에 바이칼호 근처는 겨울에 보통 영하 50 - 60도까지 내려갈 만큼 추위가 혹독했다. 열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표면적이 작은 납작한 얼굴과 흐린 눈썹, 쌍꺼풀이 없는 가늘고 작은 눈, 낮고 작은 코, 얇은 입술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칼귀에 늘어진 코는 동상을 예방하는 장치였다. 커다란 몸통과 짧은 팔다리도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다. 한국인의 턱이 큰 것은 빙하기에 질기고 단단한 말린 고기와 언 고기 등을 먹고, 털가죽을 씹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옷을 지어 입은 데서 비롯되었다.

한국인 북방계의 조상은 빙하기에 동부 시베리아의 설원에서 1만5000년을 적응해왔다. 그들의 생존수단은 사냥이었다. 5000 세대를 거치는 동안 자연에 대한 시각적·청각적 직관력이 우수한 사람이 많아지게 되었다. 남방계는 빙하기가 끝나 북반구의 기후가 온난해지던 1만2000년 전부터 8000년 전 사이에 따뜻해진 해수온을 따라 한반도에 들어왔다. 분포상이 달라지는 어패류의 이동과 함께 주로 서남방을 통해서였다. 서남해안을 따라 한반도에 이주해 온 남방계는 바닷가, 강가를 중심으로 살았다. 남방계는 진한 눈썹, 쌍꺼풀, 짧은 코와 큰 콧방울, 두터운 입술, 많은 수염, 네모난 얼굴, 굵은 머리카락, 검은 피부 등이 특징이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자 북방계는 1만 년 전부터 만주를 통하여 남하하여 한반도에 이주했다. 전주민인 남방계를 밀어내고 한반도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늘날 한국인의 80 - 90% 정도에 체질적 영향을 미쳤다. 1만 - 1만5천 년 사이에 남방계와 북방계가 만나 6 - 7세기경 한국인의 얼굴이 형성되었다. 한국인의 얼굴형은 이로써 두 가지 형으로 나뉘어졌다. 현대의 한국인은 대개 이 두가지 형에 속하거나, 혼혈에 의한 중간형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얼굴을 구성하는 형태소가 중간형인 사람들은 평균형이 아니라 모자이크식이다.

한국인의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압도적 다수가 앞이마의 오른쪽이 돌출했다. 북방계의 유전학적 영향으로 감각과 직관을 관장하는 오른쪽 뇌를 많이 쓰고, 합리적 사고의 왼쪽 뇌를 적게 쓴다는 증거였다. 오른쪽 뇌가 더 큰 사람의 비율이 한국은 7:3이고, 일본은 3:7이었다.  표지그림은 김대건(金大健, 1822 - 1846) 신부의 복원한 얼굴이다. 1971년 유골을 발굴하면서 측정한 수치와 흑백사진을 바탕으로 두개골을 복원했다. 김대건 신부의 두개골은 보통 한국인과 다르게 앞뒤로 긴 짱구로 신부의 복원상은 신세대형이었다. 저자는 이를 성장기인 15세부터 모방(P. Maubant) 신부와 함께 6년 여의 외국생활과 서양식 식사 습관에서 온 변형이라고 보았다. 서양식 무른 식사는 요즈음 신세대처럼 얼굴이 좁고 턱이 뾰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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