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두렵고 황홀한 역사
지은이 : 바트 어만
옮긴이 : 허형은
펴낸곳 : 갈라파고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수학자 파스칼(Blaise Pascal, 1623 - 62)은 『팡세(Pensées, 명상록)』에서 신의 존재를 믿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합리적 방법을 확률로 설명했다. 이를 ‘파스칼의 내기(Wager of Pascal)’라고 불렀다. 그는 “하나님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내기를 한다면 ‘하나님이 있다’에 거는 편이 언제나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이 있다고 믿었는데, 사후에 하나님이 진짜 있으면 영원한 행복(천국)을 얻고, 사후에 하나님이 없으면 약간의 손해가 있지만, 하나님이 없다고 믿었는데 사후에 하나님이 있다면 영원한 고통(지옥)에 처해지고, 하나님이 없다고 믿었는데 사후에 진짜 하나님이 없으면 아무런 이득도 손해도 없다.
최근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조사결과 미국인 가운데 72%가 천국을, 58%가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고 한다. 미국식 생활방식의 극단적 소비문화는 가공할 기후변화를 초래해 인간이 살아가는 유일한 별 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인구가 미국식 생활방식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6개나 필요했다. 사후의 천국행을 원하는 그들은 인류 존재의 필요조건인 지구를 지옥화시키고 있었다. 뒤늦게 인류 멸종의 공포에 사로잡힌 호모 사피엔스는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문헌·전통에 해박한 성서학자 바트 어만(Bart. D. Ehrman, 1955 - )의 저서를 네 권 째 잡았다. 그는 기독교인 대부분이 믿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관이 성경에 기반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논증했다. 지금 믿어지는 것처럼 단일한 사후 세계관이 기독교 내에 존재했던 적은 없었다. 기독교계의 사후 세계관은 사회·문화·정치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채택하고 발전시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에서 소크라테스·플라톤를 거쳐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까지 새롭고 풍성한 자료를 제시했다.
사후세계는 어떻게 펼쳐질까라는 인류의 지적 탐험을 소개하면서 바트 어만은 정경正經에서 외경外經까지. 고대 근동, 그리스로마, 히브리어 성경, 제2차 성전시기 유대교, 신약성경, 그리고 초기 기독교 각각에 담긴 사후 세계관을 논하면서 그 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았다. 고금을 막론하고 현세는 불의와 고통이 끊이질 않았다. 오히려 선한 이들에게 고난이 닥치고, 악한 이들이 풍족한 삶을 누렸다. 사람들은 정의의 실현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간절한 기대와 소망이 ‘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1969년 영국 공업도시 버밍엄에서 4인조 헤비메탈 그룹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가 결성되었다. 밴드 이름은 ‘검은 안식일’이라는 뜻이었다. 문화비평가들은 그들의 음악을 악마주의 음악이라고 폄하했다. 나는 젊은 시절 블랙사바스의 강렬한 음악에 몰입했다. 2기 블랙 사바스의 보컬 로니 제임스 디오는 2010년 투병 끝에 이른 나이인 6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헤비메탈 보컬의 대명사였던 그를 떠올리며 1980년도에 발표된 Henven And Hell을 볼륨을 키우고 반복해서 들었다.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는 유황불 지옥에서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있을까? 아니면 천국의 꽃길을 걷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다만 존재가 사라진 것일 뿐인가? 책의 영문 제목은 『Henven And Hell: A History of Afterlife』 였다. 즉 ‘천국과 지옥: 사후세계의 역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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