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무탄트 메시지

대빈창 2021. 4. 30. 07:00

 

책이름 : 무탄트 메시지

지은이 : 말로 모건

옮긴이 : 류시화

펴낸곳 : 정신세계사

 

미국 캔자스시티 출신의 자연예방 의학을 전공한 백인 여의사 말로 모건은 호주 원주민의 초대를 받았다.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부족은 백인들과 타협하지 않은 마지막 원주민 집단이었다. 다른 원주민 부족들은 이미 백인 정부의 지배하에 들어가 버렸다. 오스틀로이드는 스스로를 ‘참사람 부족’이라 일컬었다. 그들은 ‘문명인’을 가리켜 ‘무탄트’라고 불렀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기본 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였다.

그들은 아무도 갈 수 없는 땅Never-Never Land이라고 이름 붙여진 호주 남서부의 토착민이었다. 과학자들은 이들 부족을 5만 년 전부터 그곳에서 살아왔으리라고 추측했다. 이들 부족은 오랜 세월동안 어떤 숲도 파괴하지 않고, 어떤 오염물질도 자연 속에 내놓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마련했다. 이들에게 문명의 돌개바람처럼 몰려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쓰러뜨리는 문명인들은 ‘돌연변이’였다.

참사람 부족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 동물, 나무, 풀, 구불거리는 샛강, 심지어 바위와 공기조차도 우리와 한 형제이며 누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호주 대륙을 걸어서 횡단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쉰 살의 말로 모건은 무탄트 메신저로 선택되어 예순 두 명의 오슬틀로이드와 사막 도보 횡단 여행에 참가했다. 책은 여행 기록이며 참사람 부족이 마지막으로 무탄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신이 최초로 창조한 사람들로 유일하게 진실한 인간인 참사람 부족은 동물이 하나씩 멸종할 때마다 인류의 종말도 한 걸음씩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참사람 부족은 너무 늦기 전에 문명인이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랬다. 무탄트가 지구를 파괴하고 서로 해치는 행위를 어서 빨리 중단하기를 빌었다.

여행이 끝나가면서 부족의 어른 ‘당당한 검은 백조’와 무탄트 메신저로 선택된 백인여의사 말로 모건은 영적 쌍둥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났다. 또한 지금까지 똑같이 세 번 이름을 바꾸었다. 그들은 나에게 그들 방식대로  ‘두 가슴’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말로 모건은 자신의 물건이나 어떤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인간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의 부족인 우리 참사람 부족은 곧 지구를 떠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중 가장 젊은 사람이 죽으면, 그것이 곧 순수한 우리 인종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충분히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구의 파괴를 돌이킬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 시대는 끝났습니다.”(220 - 221쪽) 부족의 어른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책은 30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장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촬영된 호주 원주민들의 사진과 잠언으로 시작하였다. 법정 스님이 열반에 드시고, 출판사 《문학의숲》에서 2010년에 한 권이 책이 출간되었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은 스님이 추천하는 50권의 책에 대한 오두막 독서기였다. 그동안 나의 손을 거쳐 간 책은 30여 권 정도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오늘 한 조각 퍼즐이 새로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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