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 한시 삼백수

대빈창 2021. 6. 10. 07:00

 

책이름 : 우리 한시 삼백수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김영사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김영사, 2014년), 『우리 한시 삼백수-5언절구편』(김영사, 2015년), 『우리 선시 삼백수』(문학과지성사, 2017년).

 

가장 늦게 나온 『우리 선시 삼백수』를 책씻이했고, 두 번째로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을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한문학 자료의 발굴 정리와 대중화 작업을 펼쳐 온 고전인문학자 정민은 매일 한시漢詩 한 수 씩을 우리말로 옮기고 감상을 적었다. 『시경詩經』 3백편의 남은 뜻을 따라서 한시 삼백편을 골랐다. 시 삼백편은 동양권에서 최고의 앤솔러지를 뜻했다. 최고의 걸작을 망라했다는 의미였다. 작가별로 한 수 씩을 싣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작품성을 놓치기 아까워 몇 수 씩 실린 시인도 있다.

 

狂噴疊石吼重巒    미친 물결 쌓인 돌 묏부리를 울리니

人語難分咫尺間    지척서도 사람 말 분간하기 어렵구나.

常恐是非聲到耳    올타글타 하는 소리 내 귀에 들릴까봐

故敎流水盡籠山    흐르는 물 부러 시켜 산을 온통 감싼게지.

 

늘그막에 스스로를 가야산에 유폐시킨 신라 학자·문인 최치원(崔致遠, 857 - ?)이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를 읊은 「가야산의 독서당에 쓰다題伽倻山讀書堂」에서,

 

西山圍獄雪如海    사방 산 감옥 에워 눈은 바다 같은데

衾寒如鐵夢如灰    찬 이불 쇠와 같고 꿈길은 재와 같네.

鐵窓猶有鎖不得    철창조차 가두지 못하는 것 있나니

夜聞鐘聲何處來    밤중의 종소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일제감정기 감옥에 갇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의지를 다지는 독립운동가·승려 한용운(韓龍雲, 1879 - 1994)의 「눈 오는 밤雪夜」까지.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270인의 7언 절구 한시漢詩 삼백수가 실렸다. 가장 많은 다섯 수가 실린 신광한(申光漢, 1484 - 1555)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15세까지 글을 배우지 못하다가 뒤늦게 배움에 힘써 두각을 드러내었다. 마주보는 면의 왼쪽에 작품을 싣고, 어휘에 대한 설명을 아래에 붙였다. 오른쪽은 우리말로 풀이한 평설을 달았다. 한시는 간결한 언어의 가락 속에 깊은 지혜와 감성을 갖춘 고전 인문학의 정수였다. 고전인문학자는 삼백수 편편에 사랑과 인생, 존재와 자연, 달관과 탄식, 풍자와 해학을 담았다. 마지막은 고려 시인 정지상(鄭知常, ? - 1135)의 그 유명한 「대동강大同江」이다.

 

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둑에 풀빛이 어여쁜데

送君南浦動悲歌    님 보내는 남포에서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저 물은 언제나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보태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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