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미아로 산다는 것
지은이 : 박노자
펴낸곳 : 한겨레출판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박노자의 책을 오랜만에 펴들었다. 나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에 매료되어, 그의 책을 거의 섭렵했다. 박노자朴露子는 소련에서 태어났고, 러시아에서 자랐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노르웨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로 상트페테부르크에서 태어났다. 2001년 한국에 귀화했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회비평 에세이 『미아로 산다는 것』은 5장로 구성되었다. 1장 ‘편안함의 대가’는 저자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탈로脫露(탈 러시아)에 이어 탈남脫南(탈 한국)으로 스스로 국제적 미아(?)가 되었다. 그는 말했다. “더 이상 갑질이 일상화된 한국 대학의 세계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교수님들이 벌이는 추태들과 조교들이 그들의 커피 심부름을 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 해방감을 느낀다고. 2장 ‘남아 있는 상처’는 이 땅의 가장 내밀한 가족 질서의 실상을 파헤쳤다. 한국 여성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20분이다. 이는 한국 국내 총 생산의 약 25퍼센트에 해당된다. 이반 일리치의 말을 빌리자면 그림자노동이었다.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가운데 가장 반여성적인 나라였다.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3퍼센트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은 여성에게 그야말로 지옥이 되어버린 사회였다.
3장, ‘한국, 급級의 사회’는 ‘헬 조선’을 벗어나려면 대학 평준화, 의료 공공화, 재분배 시스템을 통한 재산 격차의 억제로 피라미드를 수평화한 길 밖에 없다. 한국은 소득 상위 1퍼센트가 가구당 평균 6.5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상위 10퍼센트는 전체 부동산의 절반을 가졌다. 반면 47퍼센트는 집이 없어 월세와 전세를 전전했다. 국내 총생산의 19퍼센트를 차지하는 재벌은 3대째 세습을 이어왔다. 이 땅은 대형 기업을 세습하고, 초대형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세습하고, 부동산을 세습한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애하는 한국 남성 비율은 20퍼센트 남짓이었다. 그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연애 같은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20대 한국인들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고시원·원룸·소형 임대 아파트에 살았다.
4장, ‘과거의 유령들’은 한국 사회 상처의 역사성을 되돌아보았다. 과거 청산의 정당성은 개인이나 집단의 복수심 차원이 아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현재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 국내총생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괴물 재벌은 일본 군국주의에 자발적 부역을 하고, 군사독재 아래에서 부정축재를 저질러 부를 축적했다.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국가는 이를 문제 삼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모범(?)국가 대한민국은 정권보다 자본의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 5장 ‘전쟁이자 어머니인 세계’는 전 지구적 차원으로 사유의 폭을 넓혔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각국 내의 사회적 격차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내부자, 즉 중산층 이상의 구성원, 공공부분, 대기업 종사자는 그저 마스크를 쓰는 일상의 불편함을 느끼지만 외부자, 즉 중소기업 노동자, 불안 노동자, 자영업자는 그야말로 생존전쟁이었다.
박노자는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큰 원칙 중 하나는 국가 위에 자본이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국가가 알아서 봐주는 시스템이다. 이 구조에서는 자본가만 승리하고, 대다수는 노동을 하면 할수록 가난하고 병든 삶을 살았다. 노동은 더욱 값싸지고, 자본가들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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