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시의 힘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서은혜
펴낸곳 : 현암사
재일조선인 지식인 서경식은 미술, 음악, 독서, 역사,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후쿠시마, 한국·일본사회, 인문적 교양 등 다채로운 분야를 예술기행, 사회비평, 에세이, 서간문, 대담 등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열권이 넘는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시의 힘』은 첫 문학 에세이로 시대의 흐름과 격류에 휘말린 저자에게 시와 문학이 주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탐구했다.
서경식은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잡지에 단편소설을 투고했다. 고1때 난생처음 ‘재일교포 학생 모국 방문단’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 경험을 고 3때 『8월』이라는 시집을, 초책자로 자비 출판했다. ‘생각해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학 교재에 실린 루쉰의 「고향」 구절은 그의 인생 내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루쉰은 민족·국가 차원을 넘어서 세계·인류를 시야에 두고 절망과 싸웠다. 동아시아 평화를 추구하는 저자가 루쉰을 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사이토 미쓰구 - 「너는 티끌이니」 / 김지하 - 「타는 목마름으로」 / 김수영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이시가와 다쿠보쿠 - 「코코아 한 스푼」 / 한용운 - 「당신을 보았습니다」 /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윤동주 - 「별 헤는 밤」, 「서시」 / 양성우 - 「겨울공화국」 / 박노해 - 「노동의 새벽」 / 최영미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정희성- 「돌」, 「세상이 달라졌다」 / 프리모 레비 - 「폼페이의 소녀」 / 이시가키 린 - 「산다는 것」
책에 실린 시편들이다. ‘생각하면 이것이 시의 힘이다. 말하자면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한 시는 차곡차곡 쌓인 패배의 역사 속에서 태어나서 끊임없이 패자에게 힘을 준다.’(110쪽) 우리 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로 손꼽히는 서경식 문체의 힘을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올바름과 미학적 품격이 성공적으로 결합”되어 있기에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마지막은 팔레스타인 출신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 - 2003년)의 현대를 살아가는 자로서 가져야 할 도덕(moral)의 이상적 모습이다. “인간은 승리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가 이기고 있기에 정의에 관해 묻고, 허위로 뒤덮여 있기에 진실을 말하려고 싸운다는 것이다.”(54 - 55쪽) 디아스포라 서경식의 삶과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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