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다시 백척간두에 서서

대빈창 2021. 6. 18. 07:00

 

책이름 : 다시 백척간두에 서서

지은이 : 황대권

펴낸곳 : 도서출판 쇠뜨기

 

『야생초 편지』(도솔, 2002) /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열림원, 2006) / 『빠꾸와 오라이』(도솔 오두막, 2007) / 『바우 올림』(시골생활, 2007) / 『잡초야 고맙다』(도솔, 2012)

 

그동안 나의 책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생태환경운동가 황대권의 책들이다. 오랜만에 저자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반가웠다.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코로나 - 19 여파 때문인지 이제 책이 도서관에 들어왔다. 『다시 백척간두에 서서』(쇠뜨기, 2020)의 출판사가 낯설었다. 주소가 전남 영광이었다. 그렇다. 저자는 부친이 우연히 사뒀던 전남 영광의 태청산 기슭에서 1999년부터 자연농법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전자우편은 개인 이메일이었다. 1인 지역출판사였다.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에 관련된 신문 관련기사, 수기, 편지, 수사 파일, 책, 영화포스터, 강연 사진이 책머리에 실렸다. 1부 ‘60일’은 고문수사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황대권은 뉴욕의 진보적인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1985년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지 하루 만에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연행되었다. 그 시절은 ‘인간을 사냥감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던 시대’였다. 안기부 지하실에서 끔찍한 60일간의 고문을 버텨냈다. 무기징역을 받고 13년 2개월동안 독방에 갇혔다.

2부 ‘백살일비百殺一匪 사회’는 파쇼독재가 무수한 간첩단을 조작하고, 국민에게 반공 프레임을 씌우는 해방이후 국가폭력의 제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추적했다. 1974년 ‘인혁당재건위 사건(인민혁명당재건위 사건)’은 주동자로 몰린 8명을 형이 확정되자마자 1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이 사건은 공안 조작사건의 원형이었다.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은 학생 시위의 배후에 간첩이 있다는 인식을 심기위해 조국의 민주화를 열망하는 열혈 유학생들을 ‘북의 지령을 받는 간첩단’으로 만든 사건이었다. 안기부는 22명을 검거, 고문 조작한 간첩단을 극우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표했다.

3부 ‘새 시대, 새 희망, 그리고 촛불혁명’은 2016년 촛불 혁명을 통해 반공 프레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깨어있는 시민’에 대한 미래를 전망했다. 황대권은 재심청구 6년 만에 겨우 간첩이라는 딱지를 떼었다. 35년 만에 얻은 무죄였다. 그는 2월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6월 26일 유엔이 지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에 맞추어 책을 출간했다. 누구보다 이 땅의 고통받는 민중을 사랑한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가 전하는  ‘빨갱이(?)’ 이야기였다. 책의 헌사獻詞는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의 2019년 메시지의 한 구절이었다.

 

“고문 금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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