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가라앉는 자와 구조된 자
지은이 : 프리모 레비
옮긴이 : 이소영
펴낸곳 : 돌베개
시집-『살아남은 자의 아픔』, 장편소설-『이것이 인간인가』, 연작소설-『주기율표』, 산문집-『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프리모 레비의 책을 네 권 째 잡았다. 레비는 그의 생애에서 총 14편의 문학작품을 발표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증언문학의 고전으로 아우슈비츠의 기억을 고발한 『이것이 인간인가』를 쓴 지 38년 만에 나왔다. 책은 1986년에 출간되었고, 그는 다음해 자살로 돌연 생을 마쳤다.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유서遺書가 되었다.
상처의 기억 / 회색지대 / 수치 / 소통하기 / 쓸데없는 폭력 / 아우슈비츠의 지식인 / 고정관념들 / 독일인들의 편지. 8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라거(강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가해자와 피해자, 가라앉는 자(죽은 자)와 구조된 자(살아남은 자)의 경계에서 기억과 고통, 권력 문제를 파헤쳤다. 폭력, 책임, 기억, 윤리 등 각각의 주제들은 아우슈비츠가 우리에게 던진 위기적 물음이었다.
2장 ‘회색지대’는 라거에서 폭력이 행사되는 메커니즘과 그것을 추동하는 심리를 분석했다.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는 강제수용소의 유대인 포로들로 구성된 특수부대다. 그들은 가스실에서 시체를 꺼내고, 턱에서 금니를 뽑고, 여자들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옷가지, 신발, 짐 가방의 내용물을 분류했다. 시체들을 화장터로 운반하고, 화로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 감독하고, 재를 꺼내 없앴다. 부대원 수는 700명에서 1,000명을 헤아렸다.(56쪽) 그들은 소름끼치는 일, 더러운 일을 강요당했지만 그 대가로 다른 포로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8장 ‘독일인들의 편지’는 가해자로서 독일인들의 반향을 소개했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1961년 독일어판이 출간되었다. 1961 - 62년 레비에게 독일인 독자 40여명의 편지가 도착했다. T.H라는 이니셜을 쓴 함부르크에 사는 어느 부부의 편지는 얼핏보면 예의바르고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것 같지만 레비의 눈에는 편리한 핑계를 대는 위선덩어리였을 뿐이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에 레비는 격분에 휩싸여 답장을 썼다. 마지막 부분은, “너무나 드물게 행동으로 옮겨진, 억압받는 사람에 대해 연대감을 보여 줄 훨씬 덜 위험한 천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였다.
표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따왔다. '가라앉은 자'란 수용소 체제에 흽쓸려 죽은 사람들의 비유였다. 살아남은 자들, 곧 '구조된 자'들은 그들을 대신하여 증언하는 것뿐이었다. 헌사獻詞는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의 「늙은 뱃사람의 노래」의 한 부분이었다.
그때 이후, 불확실한 시간에 / 고통은 되돌아온다. / 그리고 나의 섬뜩한 이야기가 말해질 때까지 / 내 안의 심장을 불타리라.
시간이 흘러 아우슈비츠에 대한 연구가 심화될수록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독일 국민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의 국민까지 포함한 일반인의 적극적인 동조가 있었기에 홀로코스트는 실현될 수 있었다. 프리모 레비는 홀로코스트의 가르침이 역사의 잔혹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로 잊힐 것이라고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이 아우슈비츠의 증언자·생존자 프리모 레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지막 인생의 대목이었다.